본문 바로가기
기타

나는 의사들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다

by healthyrenn 2020. 8. 28.
반응형

아직 건강한(?) 입장에서 의사들의 파업을 어쩌면 강 건너 불구경으로 그저 SNS 상에서 파업 반대를 표명할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어찌할까 하다가 결국 이 글을 쓰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이번 의사들의 파업 명분에 동의할 수가 없다. 아니 명분이든 핑계든 뭐든 어쨌든, 의사들이 환자를 내팽개치고 파업을 했다는 것 자체를 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극단적인 생각일까? 글쎄다. 난 극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다. 다만 자연 출산이 아니라, 위급 상황이 발생해서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빨리 꺼내지 않았다면 아이는 어떤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거나 혹은 자력으로 숨을 못 쉴 뻔한 상황이 되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제왕절개는 수술이다.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일반적인 마취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수술이다. 출혈도 심할 수도 있는 수술이다. 결코 단순한 수술이 아니다. 아내는 수술실에 걸어서 들어갔지만 만약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에 긴장되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그동안 잘 부르지 않았던 하느님을 속으로 애타게 부르기도 했었다.

다행히도 수술은 잘 끝났다. 이제 회복이 문제다.

마취가 된 상태로,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로, 수액 주사와 소변줄을 주렁주렁 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는 아내를 보고 있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고통을 내가 대신 겪어주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 마침 그때가 의사들의 파업을 하겠다고 정부에 협박하던 때였다. 만약 우리가 온 병원의 의사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아내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봐줄 의사가 없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상상을 해봤다. 끔찍했다. 너무나 끔찍했다. 그 날은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밤을 꼴딱 새우고서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입원실 TV를 통해 의사들이 결국 파업하고 있는 장면을 봤었다. 정신적 고통은 더없이 심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부부가 다닌 병원의 의사들은 아무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친절하게 우리를 잘 대해 주었다. 아내도 별문제 없이 회복되었고 아이도 건강했다.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상상했던 나쁜 가정들은 여전히 꿈에 나올 만큼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아직도 트라우마가 되어있다. 그저 상상으로만 당한 일인데도 이렇다.

이후로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그 어떤 명분이 있던 결고 좋게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의사들의 파업은 그냥 파업이 아니다. 자신들이 치료해야 할 환자를 오히려 죽이면서 하는 파업이다. 그리고 이런 짓은 범죄의 한 종류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의사들의 파업은 그저 자신들 밥그릇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어떤 이유도, 그 어떤 명분도, 그 어떤 핑계도 아무 설득력이 없게 들린다.

난 의사들의 파업을 반대하고 그들이 일으킨 일에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728x90
반응형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금연 실패기(?)  (0) 2020.12.23
오랜만에 수면 위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0) 2019.12.08
이사 준비 중  (0) 2018.11.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