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4 17. 그곳이 산후조리원이다 산후조리원에 들어오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음 날이면 이곳을 나가게 된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밤, 병원에서도 그랬듯이 또 호텔을 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짐을 쌌다. 정말 캐리어에 짐을 몰아넣으면 그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병원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젠 걱정이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곳을 나가고 나면 이제 우리의 힘 만으로 지내야 한다. 아이와 엄마와 아빠 단 셋이서 말이다. 문제가 생기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 결국 2주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알아가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거기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최근 아이의 밤낮이 바뀌어있는 상태였다. 낮에 자고 밤에 깨서 칭얼거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우리도 밤낮이 바뀐 아이에게 맞춰서 살아야 하는 큰 난관이 기.. 2020. 11. 7. 16. 육아종 난입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는 역방향 감옥(?)이 되어버린 산후조리원에서 여전히 생활하는 도중이다. 나와 아내는 우리 아이의 특성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기 위해 쉬는 것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거기에 투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배꼽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염증이 생긴 모양이다. 육아종이라 부르는 이 염증은 몸의 면역 반응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탯줄은 엄마의 조직인데 이게 빨리 안 떨어지면 아이의 몸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배꼽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는 말이다. 배꼽 육아종은 보통 탯줄이 너무 늦게 떨어지거나 혹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조직 일부가 배꼽에 남을 경우 주로 발생한다. 다행히도 배꼽은 며칠 안 가서 떨어졌다. 하지만 육아종은 .. 2020. 11. 7. 15. 감옥(?)에서의 일상 전염병은 많은 것을 바꿨다.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를 옷처럼 입고 다녔다. 물론 한참 된 이야기다.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보건소의 지침이라며 산후조리원은 이제 산모를 제외한 모든 보호자는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아이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음에 나는 아이의 엄마와 함께 2주간을 그대로 숙식하기로 결정한다. 즉 스스로 감옥에 갇힌 셈이 되었다. 아이 엄마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 하지만 뭐... 넘어가자. 하여간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이곳 밥은 (그래도 미역국 투성이지만) 아빠 용으로도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모자동실 시간만 기다리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오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도 어느 평온한 날의 모자동실 시간이.. 2020. 11. 1. 14. 산후조리원 돌입 퀘스트 산부인과에서의 마지막 날. 호텔의 마지막 밤에 짐을 싸는 것처럼 설레며 짐을 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는 것처럼 놀라운 비용...을 지불하고 병원을 나섰다. 역시 바깥 공기는 상쾌하다. 물론 병원에서 탈출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었다. 한여름의 끝무렵이라 그래도 더운 날씨였는데 말이다. 물론 이것 뿐만은 아니다. 손에는 뭔가 따뜻하고 꼬물거리는 이불 뭉치가 들려있었다. 겉싸개에 쌓인 우리의 아이였다. 꼬물꼬물거릴 때마다 아빠를 아주 녹인다. 이대로 한참 안고 있고 싶었다. 불행히도 바로 근처의 산후조리원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바람은 금방 깨졌다.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아이부터 들어주는 것은... 배려였겠지만 뺏기는 느낌도 들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 뭐 어쨌든 가.. 2020. 10.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