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기라니 뭐 이런 병신(?) 같은 주제의 글이 다 있냐고 의아할 수도 있는데 못 쓸 것은 아닌 것 같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고 실패기가 있다면 성공기도 있을 거고 말이다. 그런 의미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담배의 시작
내 학창 시절 대부분은 담배와 인연이 없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모범(?)스러운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자취를 시작했을 때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지속되는 불면증을 못 이기고 결국 담배에 손을 대었던 것이다. 그러다 취직을 하게 되면서 사회생활의 쓴 맛을 보다 보니 점점 담배를 피우는 개피 수가 늘어갔다.
난 이렇게 10년 넘게 매일 한 갑 이상을 피운 골초였었다.
담배는 기호품이지만 그렇다고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당연히 피우면서도 많은 걱정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존재였다. 종종 TV에서 폐암에 관한 프로가 나오면 꼭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은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끊을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담배 생각은 계속 나타났다.
그래도 신경 쓰이는 문제가 하나 생겼었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코딱지가 새까매진다. 살면서 코딱지는 계속 팔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이 새까만 코딱지가 계속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첫 금연 시도
코에서 막 파낸 코딱지가 점점 까매지는 것을 보며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금연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최초의 금연 시도가 공익광고가 아닌 코딱지였다는 계기였다는 것은 좀 그렇지만(?).
금연 방법을 찾아보다 여러 금연 보조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눈길이 가던 것은 니코틴 패치였다. 담배는 니코틴 중독 때문에 못 끊는다니 니코틴을 다른 방법으로 보충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으리라는 이론이 그럴듯해 보였다.
그래서 약국에서 니코틴 패치를 구입해서 금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곧 큰 문제가 다가왔다. 니코틴 패치는 오래되거나 샤워를 할 때 잘 떨어졌다. 그리고 패치가 떨어지면 바로 뇌 속의 스위치가 동작해서 담배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루 중 절반은 니코틴 패치로 억지로 참고 나머지 절반은 담배를 피우는 그런 엉망진창인 삶이 되었다.
담배란 것은 니코틴 중독도 문제겠지만,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목으로 연기가 넘어가고 이를 내뱉는 과정의 느낌 모두가 중독의 증상이라고 생각된다. 바보 같지만 그래서 패치를 이용하면서 담배의 만족감을 느낄 수는 없었고 결국 담배를 같이 피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첫 시도는 나흘도 안 되어서 포기했다. 이럴거면 패치를 포기하고 차라리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두 번째 금연 시도
수 년 후, 두 번째 시도도 역시 코딱지 색에서 출발했다. 코딱지 색이 점점 더 까매지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폐 속에 쌓이는 것도 이런 색이거니 하는 생각까지 드니 말이다.
이번에도 니코틴 패치를 다시 시도해봤다. 그리고 첫 시도 때와 비슷하게 똑같이 패치가 떨어지면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니코틴 패치를 이용할 때도 정말 독한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금연이란 참 어려운 일이다.
대신 이번에는 전자담배라는 신문물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담배를 태울 때 나오는 유해물질이 문제라면 전자담배로 순수한 니코틴만 흡수하면서 담배를 피운다는 행위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금연하는 데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전자담배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연초를 혼용하게 되었다. 전자담배를 들이마시는 느낌과 맛은 아무래도 일반 담배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다 끈적이는 느낌도 들고 왠지 연초보다 더 불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하여 전자담배의 만족도는 계속 떨어져 가며 연초를 혼용하며 한 달을 겨우 버티다 결국 원래의 연초로 완전히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반작용인지 한동안은 더 심하게 담배를 피웠다. 이런 게 요요라는 것일까?
세 번째 금연 시도
두 번째 시도 후 수년이 지나고 다시 금연을 시도하게 된다. 이전에는 패치도 안 되고 전자담배도 안 되었다는 것을 잊지는 않았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동원해 보기로 한다.
이번에 시도했던 신문물은 니코틴 껌이었다.
껌이라는 장르는 이미 금연과 떨어질 수 없는 대표적인 존재다. 담배가 피고 싶을 때 껌을 씹으며 참는다는 이야기는 흔하게 들을 수 있다. 거기다 껌에서 니코틴이 나온다면 더더욱 담배를 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퍽이나.
니코틴 껌의 특징은 그냥 껌이 아니라는 점이다. 껌처럼 잠깐 씹다가 잇몸에 붙여놓으면 껌 속의 니코틴이 천천히 흡수되는 형태다.
즉 껌 처럼 계속 씹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전혀 담배를 잊게 만들어 주지는 못 했다. 거기다 붙인 위치는 따끔거리지 어쩌다 침을 삼키면 목으로 따끔거림을 느끼는 등 불쾌한 느낌이 동반되었다. 당연하게도 껌을 뱉으면 바로 담배 생각이 났고 결국 하루의 마무리를 연초로 하게 되었다.
이러면 패치와 비슷하게 니코틴 과다가 되는 거 아닐까? 차라리 포기하고 연초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하여 세 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의지도 부족하고 담배의 핑계를 다른 곳에서 계속 찾고 있었다. 참 제대로 된 중독자였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댄 지도 5년이 지났다.
즉 금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사실 결혼을 앞두고 담배를 끊을 생각을 원래는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금연을 하게 된 것일까?
사실은 특별한 계기가 하나 있었다. 단지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사생활인 것 같아서 언급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일지는 개인의 상상에 맡기자. 뭐 자존심과도 큰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여간 최종 금연 시도도 역시 니코틴 패치를 이용했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계기가 너무 강력해서인지 연초 생각이 덜 나더라는 점이었다. 일과 시간에는 사탕이나 껌을 보조로 활용하고 밤에는 그냥 참았다. 그저 이게 전부였다.
즉 가장 필요한 것은 간절한 계기일 뿐인 것 같다. 그 계기를 찾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울 정도로 담배의 중독성이 심각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지금은 담배를 끊은 것을 너무나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된다. 괜한 쓰레기를 길가에 몰래 버리지 않아도 되고, 흡연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없앴다. 그리고 막 태어난 우리 아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까이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하나를 빼먹었다. 금연 3개월 뒤 코딱지 색은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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