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탄수화물은 공공의 적 취급을 당하고 있다. 물론 과거보다 정보가 잘 알려지면서 지방에서 탄수화물로 타겟이 옮겨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방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탄수화물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탄수화물에 대한 정보를 모아봤다.
우선은 탄수화물 자체에 대해 알아보자.
탄수화물
탄수화물(炭水化物, carbohydrate)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생산한 유기화합물이다. 식물도 광합성으로 생산한 이 탄수화물 중 남는 것을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는데 이게 보통 우리가 접하는 녹말 즉 탄수화물이다. 마치 우리 몸이 지방을 쌓는 거와 비슷하다. 식물의 살이라고나 할까?
탄수화물은 에너지원 이외에도 생명체의 몸을 구성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사람의 세포막에도 탄수화물이 필요하고,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곤충의 경우 외골격에 해당하는 키틴질이 바로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다. 의외로 많은 곳에 탄수화물이 사용되고 있다.
탄수화물이 사람과 밀접해진 계기는 아무래도 농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 같다. 농사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탄수화물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탄수화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이다.
이 탄수화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탄수화물의 분류
탄수화물은 '당' 이라고도 표현한다. 당은 그 영어 이름처럼 설탕(sugar)이고 실제로 단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단맛은 사람이 정말 좋아하는 맛 중 하나다.
약간 딱딱하겠지만 좀 더 화학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당은 결합하는 양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당이 하나냐 아니면 여러 개 결합되어 있느냐 말이다. 그리고 이걸 좀 더 세분화하면 대표적으로 아래처럼 종류가 나누어진다.
- 단당류: 탄수화물을 구성하는 분자
- 이당류: 단당류 분자 2개가 결합한 탄수화물
- 올리고당류: 단당류 분자 2~10개 정도가 결합한 탄수화물
- 다당류: 단당류 분자가 10개 이상 결합한 탄수화물
이 분류가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당이 얼마나 크게 뭉쳐있느냐로 종류를 나눠놓은 것이다.
단당류는 탄수화물의 한 종류이자 모든 탄수화물의 구성단위다. 이 단당류 중 유명한 것은 포도당(glucose)과 과당(과일의 당) 등이 있는데, 이 중 포도당이 바로 우리 몸이 제일 좋아하는 에너지원이다.
이당류의 대표로는 설탕이 있다. 설탕은 그 이름 때문에 단당류로 생각될 수 있는데, 의외로 설탕은 이당류다. 그래도 이당류나 단당류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으니 넘어가자.
올리고당류는 약간 미묘한 포지션을 잡고 있다. 다당류와도 겹치고 이당류와도 겹친다. 다만 그사이 영역으로 분류한 것은 이유가 있을 테니 딴지 걸지는 말자. 하여간 우리가 흔히 요리에 사용하는 그 올리고당이 바로 이 올리고당류에 속한다. 설탕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지만 분자 구조가 좀 거대하게 결합하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당류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탄수화물이다.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서 녹말류와 비-녹말류로 나뉜다. 이 중 녹말류는 쌀이나 감자, 고구마같이 우리가 흔히 탄수화물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비-녹말류에는 생체 구성 물질 혹은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것들이 주로 분포한다. 식이섬유로 불리는 셀룰로스나 곤충의 외골격에 해당하는 것도 이 비-녹말류 다당류이다.
이외에도 종류가 더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 것 같으니 생략한다.
당의 결합 양이 늘어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분자의 특성이 생기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소화 효율도 달라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결합 구조가 복잡한 다당류가 더 단순한 단당류보다 소화하는 과정이 아무래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연히 굵게 뭉쳐진 것은 질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소화가 더 힘들 것 같다.
탄수화물의 소화
탄수화물의 소화 작용은 1차로 입에서 씹는 것과 더불어 침(아밀라아제)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위에서 소화액으로 더 잘게 분해가 된 뒤 포도당 형태로 소장에서 흡수가 된다. 즉 탄수화물을 소화한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포도당을 얻기 위한 행위이다.
단당류보다 가게 되면 아무래도 소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소장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고 음식물이 다 소화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따라서 다당류로 갈수록 소화율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지방이나 단백질과는 다르게 분해되면 일단 흡수하고 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결합도가 낮을수록 소화가 급격하게 잘 되어서 먹은 만큼 혈당을 급격하게 올린다는 부작용도 있다.
일부 다당류 중에는 식이섬유의 원료인 셀룰로스처럼 사람은 소화할 수 없는 종류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특정 다당류는 대장 내 여러 유익한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남은 식이섬유는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와 엉켜서 배출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식이섬유를 먹으라는 건 타당한 이야기다.
일부 다당류 탄수화물은 저항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저항성이 높으면 소화를 방해해서 소화율이 낮다. 대신 소화가 늦어지는 만큼 포만감을 느낄 수는 있다. 이런 탄수화물은 주로 녹말류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항성 녹말 혹은 저항성 전분 등으로 불리는데 주로 감자나 고구마 등이 해당한다. 그래서 다이어트식으로 쌀밥보다는 고구마나 감자가 추천된다. 참고로 전분은 녹말과 같은 의미다.
저항성은 물리적인 영향으로 바뀌기도 한다. 껍질을 벗기는 등의 정제된 곡물의 경우 당연하게도 소화가 잘되는 편이다. 반대로 현미처럼 정제가 덜 된 곡물의 경우는 소화가 오래 걸리는 편이다.
조리 상태도 저항성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백미 생쌀을 그냥 씹어먹는 경우와 밥을 지어서 먹는 경우 어떤 것이 소화율이 더 높을까? 상식적으로 밥 형태로 먹을 경우 소화가 훨씬 잘 된다. 녹말은 물에 풀어지기 때문이다. 풀어진 쌀은 입에서 씹는 것도 편해지기에 소화가 더더욱 원활해진다.
온도도 저항성에 영향을 끼친다. 보통 쌀이나 현미, 감자, 고구마 같은 녹말류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저항성이 낮아지고 반대로 온도가 낮으면 저항성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의 결합력이 떨어지니 당연하다.
쌀밥이 소화가 잘되는 이유는 정제된 곡물을 조리까지 해서 따뜻하게 먹기 때문이다. 모두 저항성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쌀밥은 피하라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고자 한다면 찬밥을 먹으라고 한다. 찬밥은 저항성이 높아서 소화가 덜되기 때문에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포만감도 높은 편이다. 물론 맛은 덜하겠지만...
이런 면을 볼 때 환자에게 죽을 추천하는 것은 굉장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아픈 사람은 소화 능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상인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탄수화물 소화의 최종 목적지인 포도당에 대해서 알아보자.
포도당
포도당(glucose)은 앞서 이야기한 원초적인 단당류의 대표 격이다. 우리의 몸은 탄수화물을 소화할 때 최종적으로 이 포도당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항목을 따로 할애할 만큼 중요한 녀석으로 볼 수 있다.
포도당은 그 이름처럼 포도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포도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실제로 포도당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내는 영양분이기 때문에 광합성을 하는 모든 식물에서 많이 발견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포도당은 우리 몸이 가장 선호하는 에너지원이다. 그래서 섭취되면 바로 피를 통해 몸 여기저기에 공급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특히 뇌는 포도당이 꼭 필요한 기관이다. 포도당이 없다면 지방을 분해해서라도 뇌는 살아가려 하지만 그 효율이 저하되어 멍해지거나 어지러움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로 인한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뇌를 위해 일정량의 탄수화물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
몸에 충분한 양의 포도당이 공급된다면 이 중 일부를 글리코겐(glycogen, 영어로 글리코젠)으로 변환하여 근육과 간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글리코겐은 필요할 때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렇게 저장을 유도하는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다. 다만 저장되는 글리코겐의 양은 많지 않아서 가득 채워도 하루 정도를 견딜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글리코겐조차도 가득 찰 만한 상황에서도 포도당이 남아있다면 남는 포도당을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합성해서 비만세포에 쌓게 된다. 탄수화물만 먹어도 지방이 쌓일 수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굳이 지방으로 바꾸는 것은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에너지 효율이 배로 좋기 때문에 저장 용도로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포도당의 역할은 이렇지만 역시 과하면 문제가 된다. 당뇨병 이야기를 해보자.
당뇨병
당뇨병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이 있는 병을 의미한다. 축약해서 고혈당이 유지되는 병이라 볼 수 있다.
포도당의 영어 이름 glucose에서 풀(glue)과 비슷한 단어가 보이는데 우연인지 풀의 특성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포도당은 걸쭉하거나 끈적이는 특징을 보여준다. 우리들은 주로 전분 물을 통해서 그 특성을 많이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핏속에 포도당이 넘치는 당뇨병에 걸리면 피가 걸쭉해진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피가 걸쭉해지면 혈액 순환을 방해하게 된다. 그리고 혈관이 가늘어지는 말초혈관부터 막혀가면서 거기서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조직은 죽어가게 된다. 그 결과로 다리를 절단한 당뇨병 환자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장이 계속 당을 걸러내게 되면서 크게 부담을 받아서 망가져 가기 시작한다.
당뇨병은 혈액 속의 포도당의 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적거나(1형 당뇨병) 혹은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서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2형 당뇨병)에 발생한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걸리는 병이 아니라는 말이다.
탄수화물이 당뇨병의 원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일단 당뇨병에 걸리면 탄수화물 섭취는 자살 행위가 될 수도 있다. 혈당(혈액 속 포도당 비율)을 조절할 수 없게 되므로 당연히 외부로부터 탄수화물을 섭취 받게 되면 더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당을 급속하게 높이는 단당류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다당류라도 소화가 잘되는 부류 또한 피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현미밥이나 기타 저항성이 높은 탄수화물류를 추천하는 이유는 혈당을 천천히 높이기 때문이다. 물론 먹을 수는 있지만, 섭취량은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이 꼭 필요하다.
결론
식이섬유도 탄수화물이었다는 것은 아마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현미 등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을 자주 먹게 되어 변비가 걸릴 가능성을 식이섬유가 많이 낮춰준다. 즉 다이어트에는 적이라는 탄수화물 중 일부는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된다.
더 중요한 점은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고 뇌의 유일한 제대로 된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탄수화물이 왜 맛있을까를 생각해보자. 우리 몸이 탄수화물을 맛있게 느끼는 것은 이것을 먹게 하기 위함이다. 분식집 최고의 조합인 '라면에 김밥' 이 다이어트 측면에서는 최악의 조합이겠지만 맛있다는 것은 결국 먹게 해서 우리 몸에 에너지를 쌓으려는 본능이다. 특히 탄수화물은 섭취 즉시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고 폭발적인 힘을 순식간에 낼 수 있게 해준다. 지방이 아무리 효율이 좋은 에너지원이라도 탄수화물의 이 능력을 이길 수는 없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탄수화물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인다거나 혹은 소화 저항성이 높은 현미나 고구마 등을 먹으라는 것도 상식적이다. 다들 이미 알고 있을 이야기다. 귀찮은(?) 상식이지만 이 세상 자체는 애매한 것을 너무 좋아한다. 역시나 이런 결론이 나온다.
아래는 이 글과 관련된 글이거나 참조한 문헌들이다:
- 나는 열량(칼로리)을 제대로 재고 있을까?
- 지방은 안먹는 것이 좋은 걸까?
- 단백질도 살이 찔 수 있을까?
- 탄수화물 - 위키백과
- 녹말 - 위키백과
- 당뇨병 - 위키백과
- 포도당은 단순당이라 몸에 나쁜가? -포도당의 모든것 - the Science Life
- ‘다이어트의 적’ 탄수화물, 잘 다스리면 ‘보배’ - 한겨레
- 탄수화물 섭취, 지나치면 오히려 해로워 - The Science Times
- 당뇨병, 포화지방-탄수화물 줄여라 - The Science Times
- 착한 탄수화물, 저항성 전분이란? -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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