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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 시험관 시술은 하드했다

by healthyrenn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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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자연 임신 방식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임신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은 마지막 수단인 시험관 시술 일정을 잡게 되었다.

시험관 시술은 비용이 제법 큰 편이다. 그래서 시작 전에 비용과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찾아봤고 병원에도 물어봤다. 이후 병원에서 난임 진단서를 발급받고 보건소로 갔다. 난임 시술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나라에서 아이의 출생 수가 줄어드니 이제 난임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의료 보험에서 50%, 그리고 남은 것에서 절반 가량을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한다. 본인 부담이 25%가량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경제적 여건이 그리 좋지는 못한 우리 부부에겐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주변에서 시험관으로 수천만 원 썼다는 이야기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라서 겁을 좀 많이 먹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시험관 시술은 비용 문제도 있지만 긴 스케줄을 잡고 거기에 딱딱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 당연히 많은 절차에 신경써서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시술이 단 한 번의 뭔가로 되지는 않고 준비, 채취, 배양, 이식의 네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 단계에서 남자인 나는 1회 분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1회 분량이라고 적긴 했는데 사실 알약의 갯수가 5~6개 정도였다. 일부러 과도하게 먹어서 몸속의 균들을 한방에 보내버리려는 수작이라 이해했다. 불행히도 항생제는 몸에 유익한 유산균들도 날려버리기 때문에 약을 먹은 날 배탈이 났다.

하지만 남자인 나에게는 이 정도면 아무런 난관이 없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아내였다. 항상제도 항생제지만 시험관 시술은 배란 유도를 약이 아닌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것도 매일 정해진 시간이 맞아야 한다. 하지만 병원에 매번 와서 맞기엔 긴 기간이라 본인 혹은 남편이 직접 아내의 배에 놔줘야 한다. 자기 배에 주사를 별 노력 없이 잘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불행히도 난 파리 조차 터트려 죽이길 주저할 정도의 허약한 비위를 갖춘 남자였다. 남을 아프게 하는 짓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마사지조차 좀 세게 하라는 핀잔을 들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결국 주사를 놓는 것은 아내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나는 아내가 주사를 놓을 때 가급적 항상 옆에서 있으면서 자잘한 것들을 도와주려고 노력은 했다.

주사도 종류가 많았다 배란유도제도 있고 난포를 터트리는 것도 있고 조기 배란 억제제인지 뭔지도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직접 놓은 아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난 영원히 내 배에 주사를 놓을 수가 없을 거라 생각된다.

주사를 놓는 와중에도 종종 병원에 들러서 난포가 자라는 상황을 확인했다. 충분한 숫자가 자라나야만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 번에 시도할 때 드는 비용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장기간 주사를 놓는 고통을 감내하고 결국 준비가 끝났다. 채취하는 날이 다가온 것이다. 이때부터는 병원에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기 시작했다. 동의서도 반드시 본인이 작성해야 하고 가족관계 증명서를 지참해야 하며 신분증 역시 필수로 가져오라고 했다.

남자의 채취 단계는 사실 별거 없다. 정액 검사를 할 때 채취하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저 3일 이상 금욕을 하고 적당히 알아서 살균된 통에 잘 담으면 된다. 남자라는 것에서 정말 행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일(?)에 익숙해져도 채취실 TV에서 나오던 영상은 여전히 아무런 감흥은 없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는 채취도 힘든 일이다. 긴 주삿바늘을 찔러서 난자를 뽑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주삿바늘이 깊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방광을 뚫고 지나갈 수도 있어서 불가피한 통증과 출혈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면마취를 하고 진행하며 아마도 국부 마취도 했었던 것 같다. 수면 마취에서 깨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뻐근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질에 넣어놓은 거즈 또한 불편하다고 힘들어하는 아내를 그저 말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채취 후에는 이제 난임 센터에서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골라내서 인위적으로 수정시키고 수일간 경과를 관찰한다고 한다. 잘 자라렴 나와 아내의 주니어들아.

그리고 건강한 난자가 남는다면 냉동보관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는 남는 게 없었는지 결국 하나도 보관하지는 못 했다. 냉동보관은 비싸고 보험 적용도 못 받지만, 난자를 키우고 뽑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안다면 별로 비싸지 않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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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후 몇 일이 지나고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이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식은 잘 자란 수정란 2~3개 정도를 골라서 자궁에 직접 붙이는 방식이고 별도의 마취는 없는 것 같았다. 보통 2개 이상을 이식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이란성쌍둥이가 나올 확률도 없진 않지만 보통 착상은 하나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쌍둥이 걱정은 필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하나도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 번에 많이 이식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수정란도 등급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대충 상중하로 구분하는 것 같은데 의학적이라기 보다는 환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눈 것이라는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뭐 하여간 우리들의 주니어(?)는 중급이었다. 상급이 나오지 않은 것은 나이 때문이리라 나름의 핑계를 생각하기도 했다.

이식은 별 무리 없이 마쳤다. 아내는 직접 시술실로 걸어 들어갔고 채취 때와는 다르게 매우 빠르게 아내가 직접 걸어서 나왔다. 그리고 의사에게서 이식 결과를 간략하게 듣고 집으로 갔다.

이식한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는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라고 한다. 그래서 집에 갈 때도 살살 갔고 집에 가자마자 아내를 침대에 누워있게 했다. 모든 식사 준비와 설거지와 나머지 집안일은 당연하게도 남편의 몫이다. 물론 이 정도 집안일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 기꺼이 할 수밖에 없다.


아내는 한동안 질정이라는 귀찮은 약을 넣는 것을 싫어했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여성의 거기에 집어넣는 굵은 알약인데 나중에 안에서 녹아서 흡수되지만 이 약을 넣은 채로 활동하면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하는 등 불쾌함이 좀 있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 하나를 위해서 모든 불편을 감수하는 것을 보며 대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

이식 후 1~2주 후에 혈액 검사를 했었다. 결과는 빠르면 당일에 나온다고 했다. 전화로 수치와 성공 여부를 알려준다. 첫 시도는 운이 좋았는지 성공한 것 같았다. 아... 성공이었을까?

태아 (from Wikipedia)

다음 이야기

 

7. 첫째의 추억

시험관 시술을 한 뒤 약 보름 후 혈액 검사를 했고 그날 전화로 호르몬 수치가 높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마도 착상에 성공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착상은 수정란이 자궁에 잘 달라붙어

healthyre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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