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허무하게 보내고 난 뒤 약 3개월가량을 쉬었다. 소파수술을 했던 터라 아내의 몸이 회복되는 기간을 가져야 했다. 당연하게도 이걸로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첫째는 하늘나라에서 둘째를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도 살짝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제목에 스포일러를 써버린 느낌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둘째도 짧은 시간만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당연하게도 우리 부부는 여전히 자연 임신을 시도해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봐서 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이런 관계를 가지는 것 자체가 또 위안을 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잘 회복했다.
그리고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이번에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이미 한번 겪어봤다는 점 같다. 사람은 직접 한 경험은 정말 잘 기억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익숙하게 그리고 수월하게 대부분의 퀘스트를 클리어해나갔다.
다만 주사를 놓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인 점은 변함이 없었다. 역시 이건 정신력이 없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한 퀘스트다.
나에게 주사를 놓을 담력은 여전히 없었지만 그래서 소독용 솜을 까주고 주사기를 꺼내 주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더더욱 다른 모든 것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혼자서 몰래 주사를 놓고 있던 아내를 봤을 때 약간 화가 나기도 했었다. 물론 아내는 자고 있던 나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몰래 했던 것이고 그런 아내가 너무 고마웠기에 늦잠을 잔 나에게 화가 났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준비는 익숙하게 진행되었다. 이후 채취도 문제없이 끝냈고 이식도 순조롭게 마쳤다. 이번에도 중급 배아였다는 건 약간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다만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 닥쳤다. 혈액 검사에서 수치가 좀 낮게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였다.
첫째를 허무하게 보내서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미련이 많이 남았었던 것 같다. 아내는 임신 테스터를 구입해서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테스터기는 좀 미묘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니 임신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임신 테스터는 계속해서 미묘한 결과나 나타났다. 아닌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라는 걸까.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자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지냈다. 초음파 검사로는 그래도 배아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으니까.
이식 후 몇 주째 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결국 이번 배아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의사가 설명해줬다. 이번에도 우리 부부의 문제가 아니라 배아 자체가 좀 운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로 우리를 위로해줬다. 아 또 그런 건가...
이번에는 별도의 수술은 필요 없을 거라고 한다. 아이가 너무 작은 상태에서 생명이 되기 위한 분열을 멈췄고, 시간이 지나면 이 상태로 자연스럽게 피와 함께 섞여서 나올 거라고 말이다. 뭐... 수술로 긁어내는 것보다는 그래도 심적으론 덜 미안한 것 같다.
첫째만큼 애정을 쏟기 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태명 조차도 짓지 못했으니까. 이번에는 침착하게 서로를 위로하고 다시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고 둘째와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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