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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7. 그곳이 산후조리원이다

by healthyrenn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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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 들어오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음 날이면 이곳을 나가게 된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밤, 병원에서도 그랬듯이 또 호텔을 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짐을 쌌다. 정말 캐리어에 짐을 몰아넣으면 그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병원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젠 걱정이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곳을 나가고 나면 이제 우리의 힘 만으로 지내야 한다. 아이와 엄마와 아빠 단 셋이서 말이다. 문제가 생기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 결국 2주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알아가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거기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최근 아이의 밤낮이 바뀌어있는 상태였다. 낮에 자고 밤에 깨서 칭얼거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우리도 밤낮이 바뀐 아이에게 맞춰서 살아야 하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나가고 나서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이번에는 산후조리원의 어떤 곳인지 간략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애초에 난 산후조리원이 뭘 하는 곳인지 몰랐었기에 이렇게 알아낸 것을 정리하는 짓(?)을 하게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적당히 쓸 사진이 없으니 대신 최근 방영중인 tvN 산후조리원의 한 장면


기본적으로 산후조리원은 산모의 쉼터다. 출산 이후 몸에서 빠져나간 많은 것(?)들을 보충하고, 출산하며 몸의 여기저기에 난 상처도 아물어야 한다. 그 시간을 산후조리원이 약간 벌어다 준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아이를 산모 대신 봐준다는 점인 것 같다.

신생아는 너무나 민감하고 나약한 존재다. 그 어떤 동물들 중에서도 사람의 아이만큼 태어나서 취약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아이는 태어나서는 아무것도 자력으로 할 수 없다. 아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빨기만 제외하고 말이다.

신생아에게 빨기 본능이 있다는 것은 역시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언제 먹이느냐, 어떤 자세로 먹이느냐, 어떤 걸 먹이느냐, 얼마나 먹이느냐 등 수많은 조건이 있다.

먹이고 나서도 문제다. 엄마의 모유를 직접 수유하는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아이는 되도록 트림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트림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고 얼마나 시도를 해야 할지는 아이마다 상황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아이는 당연히 이 물음에 대답할 수조차 없다.

젖병을 사용하여 분유나 유축한 모유를 먹이는 경우 공기를 삼키는 양도 많기 때문에 뱃속이 더부룩할 수도 있다. 이대로 재울 경우 트림을 하면서 먹은 것을 토할 수도 있는데 이때 기도에 잘못 넘어가면 숨을 못 쉬어 위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신생아는 먹은 후엔 반드시 트림을 시켜야 하며 트림이 나오지 않더라도 최소 10분간 혹은 상황에 따라 30분까지 아이의 몸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직접 모유를 수유하는 경우는 공기를 삼키는 양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트림을 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편이지만, 만약 아이가 허겁지겁 빠는 경우 역시 공기를 많이 삼킬 수도 있으니 트림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결론은 뭐든 먹었다면 트림은 시켜주자.

단순히 먹는 것만으로 정리해도 이 정도다. 하지만 신생아를 다룰 때 필요한 조건들은 더 많다.

예를 들어 온도와 습도가 있다. 신생아들이 어느 환경에 있어야 쾌적함을 느끼는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 중요한 문제다. 아이는 조건이 안 맞으면 울음으로써 표현한다. 그리고 신생아실에서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도 따라서 울 확률이 높다. 즉 난장판이 되고 많은 아이들이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신생아에게 적절한 실내 온도는 22~24도 정도다. 기본적으로 체온이 성인에 비해 높은 신생아는 체온 조절 기능도 약하기 때문에 체온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방 안의 온도를 낮춰줘야 한다. 이 정도 온도는 성인에겐 춥게 느껴질 정도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에게 물어보면 신생아는 무조건 따뜻하게 둬야 한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오래된 지식은 틀렸다고 보는 게 좋다.

만약 아이가 어디가 아프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아이가 언제 자고 언제 먹고 언제 싸는지 시간을 챙겨본 적이 있는가? 부모가 되기 전이라면 알 수 없을 수도 있고 당장 하기엔 힘든 것 투성이다.

다행히도 산후조리원의 신생아실은 이런 일들을 대신해준다. 회복을 해야 할 산모가 이런 일을 하다간 제대로 쉴 수 조차 없을 것이다.

아 근데 너무 대단하게 써버린 걸까? 사람마다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산후조리원도 한 사람만으로 굴러가는 조직(?)이 아닌 만큼 완벽할 수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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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다는 것의 핵심은 다른 일은 안 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식사와 간식, 빨래, 청소를 대신해준다는 것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참 어려운 주제다. 특히 모유를 수유하는 산모는 재료 선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걸 누군가 대신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해결된다. 뭐... 물론 안 매운 반찬과 미역국 투성이겠지만 말이다.

산모가 매운 것을 먹고 모유를 수유하면 아이가 피똥(?)을 싼다는 말이 있다. 물론 정말 피똥을 싸는 것은 아니지만 배탈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산모에겐 신 음식도 주의하라는 말이 많다. 물론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도 잘 살고 있는 가족도 있다지만...

그 밖의 빨래와 청소도 여성의 일이라고 편견이 생길 정도로 많은 엄마들이 하던 일이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누군가 이걸 대신해주면 적어도 몸은 많이 편해진다. 안 그래도 출산으로 생긴 몸의 직접적인 대미지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힘든 산모에겐 소중한 회복의 시간이다.

그밖에 산후조리원에서는 각종 마사지나 다양한 육아 기초 강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염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바라긴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


산후조리원을 쉬는 곳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산모든 아빠든 마음만 먹는다면 많은 육아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신생아실의 전문가(?)들과 친해지면 좋을 것이다.

물론 하나하나 물어보며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어차피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분들에게 물어보게 되는 자연스러운 공간이다. 물어보면서 그리고 바로 체험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육아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분들의 동작이나 자세 하나하나를 눈으로 봐 두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된다. 아이를 안는 다양한 자세와 분유를 먹이는 자세, 트림을 할 때의 자세와 행동, 신생아는 사람이 내는 소리 중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저귀를 어떻게 가는지, 심각한 대변(?)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목욕을 어떻게 시키고 몸을 어떻게 닦는지 뭐하나 놓칠 게 없다.

신생아들이 듣고 안정감을 느끼는 소리가 몇 있다. 심장 뛰는 소리, 물이 조르륵 흐르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등이다. 즉 임신 중 뱃속에서 아이가 계속 들어오던 소리다. 비닐봉지 구기는 소리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안정감보다는 흥미 위주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정리했는데 집에 프로페셔널한 분 - 예를 들어 장모님이나 어머님 등 - 이 도와주실 수 있다면 산후조리원의 평가는 또 달라 질지도 모르겠다. 길게 정리한 내용은 그냥 누군가의 도움을 전혀 생각지 않고 산후조리원에 들어왔다면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들 아닐까.

어쨌든 이제는 산후조리원을 나갈 시간이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8.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니까

산후조리원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다가 결국 아이와 함께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한 우리 부부였다. 시간이 흘러 결국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이제 집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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