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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6. 육아종 난입

by healthyrenn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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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는 역방향 감옥(?)이 되어버린 산후조리원에서 여전히 생활하는 도중이다. 나와 아내는 우리 아이의 특성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기 위해 쉬는 것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거기에 투자하고 있었다.

섬네일을 순화(?)시키기 위한 짤방 (Pixabay)

모든 것이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배꼽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염증이 생긴 모양이다. 육아종이라 부르는 이 염증은 몸의 면역 반응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탯줄은 엄마의 조직인데 이게 빨리 안 떨어지면 아이의 몸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배꼽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는 말이다.

배꼽 육아종은 보통 탯줄이 너무 늦게 떨어지거나 혹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조직 일부가 배꼽에 남을 경우 주로 발생한다.

다행히도 배꼽은 며칠 안 가서 떨어졌다. 하지만 육아종은 여전히 있었다.

배꼽이 떨어지기 전에 찍은 조금 징그러워 보이는 육아종 © Seorenn

신생아실의 조언으로 우리는 소아과를 방문해보기로 한다. 근데 아직 회복이 덜 된 엄마와 아이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후조리원이 감옥 모드라 보호자가 같이 외출하는 것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좀 특수한 상황이라 외출을 융통성 있게 허가하기로 하였다. 즉 우리 가족 모두가 병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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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도착한 소아과의 노련한 의사 선생은 육아종을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했다.

"배꼽에 육아종이 있네요. 좀 지져볼게요."

아니 뭐? 뭘 지진다고?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거지? 지지면 아픈 거 아니야?

물어볼 세도 없이 의사는 가는 봉에 무언가를 바르더니 배꼽에 바르기 시작한다. 아이가 갑자기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 많이 아픈건가? 아니 지지는데 아프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 아닌 게 아닐까?

"질산은으로 조직을 태우고 있어요."

그다음의 한 마디는 정말 부모에게 가슴 철렁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태어날지 한 달도 안 된 아이에게 과연 할 수 있는 일일까. 철렁함을 넘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하지만 울분(?)을 참으며 아이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치료는 해야 하니까. 그래도 많이 아파보이는데...

빽빽거리며 자지러지고 있는 아이를 보며 당황해하는 부모에게 의사가 한 마디 더한다.

"아 우는 것은 그냥 놀랜 것이고요. 태우는 건 아프지 않아요. 아기의 조직이 아니거든요."

?

아....

그나마 진정되는 말이다. 그러니까 아이 엄마의 탯줄 조직이 아이 배꼽에 남아있어서 이걸 없애고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아이의 피부가 아니라면 아이가 아플리는 없다.

실제로 잠시 후 아이는 좀 진정하는 듯했다. 의사는 계속해서 몇 번을 긴 봉을 이용해 배꼽을 닦는 듯이 치료하더니 이내 끝이 났다.

"다 됐고요. 이번 한 번에 끝나는 건 아니도 한 두세 번 정도는 더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네요."

다행히도 육아종 자체의 치료는 간단한 것이었나 보다.


약 3회가량의 병원 방문으로 육아종의 치료는 모두 끝났다. 이후 배꼽의 상태를 보며 다른 염증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면 된다. (나중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육아종은 깔끔하게 치료되었고 아이의 배꼽은 점점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병원을 급하게 찾는 일은 많을 거라고 들었는데 그걸 벌써 실천하게 되다니, 우리 부부의 인생도 다사다난할 것 같다. 뭐가 어쨌건 이후에는 순조롭게 컸으면 하는 바람만 들뿐이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 많은 부모에게서 힘들게 태어난 아이에겐 이후에도 고난이 이어질 예정이다 ...

 

17. 그곳이 산후조리원이다

산후조리원에 들어오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음 날이면 이곳을 나가게 된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밤, 병원에서도 그랬듯이 또 호텔을 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짐을 쌌다. 정말 캐리어에 짐

healthyre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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