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밀가루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 빵이나 면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의사들은 대부분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특히 한의사들 말이다. 의사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몸이 안 좋다고만 하지 명확한 설명을 하지는 않는다.
의사들의 이런 태도(?) 덕분인지 아니면 객관적 판단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밀가루는 쌀에 비해 건강에 해롭다는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탄수화물이라서?
밀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는 다당류 탄수화물이라는 점이 먼저 생각해보자.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지면 당뇨병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의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이나 포도당이 몸에 해로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 적정량은 오히려 꼭 먹어야 하는 필수 영양소 중 하나이다. 적정량을 넘어서는 많은 양을 한번에 섭취하면 문제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탄수화물에 대한 설명은 결코 밀가루가 몸에 해롭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쌀도 밀가루처럼 다당류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혈당을 높이는 더욱 문제인 녀석들이 있다. 과당 같은 단당류나 설탕 같은 이당류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문제아(?)들이다. 이 녀석들은 밀가루 요리 뿐만이 아니고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녀석들이니 밀가루를 문제 삼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글루텐이 있어서?
쌀과 밀가루의 차이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글루텐이다.
글루텐(gluten)은 밀,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물에 용해되어 풀어지지 않는 성질을 갖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이다. - 글루텐 (위키백과)
곡물 주제에 어이없게도 단백질이지만 이런 특성은 일단 옆에 치워두고 다른 면을 보자.
글루텐 자체는 밀가루의 특징을 좌우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글루텐은 위의 인용처럼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밀가루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중요한 특성이다.
해외에서는 글루텐 알레르기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왜냐하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는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글루텐 과민성 장 질환은 글루텐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질환이다. 소화효소 부족으로 발생한다고 하니 유전적인 면이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기타 셀리악병이라는 질환도 있는데 알레르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혹은 동일한?) 질환으로 생각된다.
이런 글루텐 알레르기는 말 그대로 글루텐에 과민 반응한다. 그래서인지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으로 상품화가 잘 되어있다. 예를 들어 강력분에는 글루텐이 많고 박력분에는 적다. 그래서 강력분으로 만드는 빵은 질긴 식감이 있고, 글루텐이 적은 박력분으로 만드는 과자류는 질감이 바삭바삭하다.
반대로 쌀에는 글루텐이 없다. 그래서 글루텐 알레르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쌀로 만든 빵이라는 것들은 다 질감이 똥망(주. 개인적인 평가임)이지만... 흠흠... 그렇다면 밀가루는 정말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해로운가? 이 외에 보리, 호밀, 귀리, 메밀 등에도 글루텐이 들어있다. 자 이것들도 해로운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인에게 글루텐 알레르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글루텐 알레르기는 주로 서양 즉 유럽이나 미국인의 0.5 ~ 1% 정도의 비율로 존재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발병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희귀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에게 글루텐은 별 위해를 못 끼친다. 밀가루를 좋아하는 이에게 참으로 기쁜 이야기다. 아무리 봐도 쌀에 비해 밀가루가 해롭다는 근거는 되지 못 한다고 생각된다.
특수한 화학물질이라도 들어가나?
밀가루는 말 그대로 밀을 가루낸 것이다. 그렇다면 가루를 낸다거나 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에 과한 건 모르겠다. 가루 내는 과정에서 쇳가루가 유입될 수 있을까? 뭐 그런 곳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거기만의 문제이니 공론화할 수가 없다.
대신 밀가루를 흰색으로 만들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했다는 사례는 찾을 수 있었다. 분명 표백제가 몸에 좋을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쓰이는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한국산은 비싸서 잘 안 쓰인다. 수입산의 문제는 오랜 유통 시간을 견디기 위해 방부제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방부제도 몸에 좋을 리는 없다.
즉 밀가루를 만들 때 들어가는 표백제와 방부제 두 가지가 몸에 나쁠 수 있다는 결론은 낼 수 있다.
하지만 위의 결론은 좀 성급하다. 국산 밀가루는 비싸지만 분명 방부제는 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밀가루는 표백제를 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밀가루가 쌀에 비해서 몸에 나쁜가?
결론은 밀가루 자체가 쌀에 비해 몸에 나쁘다는 근거가 되지 못 한다.
가루라는 점에 집중해보면?
밀은 밀이고, 이 밀을 가루 내면 밀가루다. 그렇다면 가루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을까?
가루가 되면 소화 저항성이 낮아진다. 즉 통밀에 비해 밀가루는 소화가 잘 된다. 소화가 잘 된다는 말은 혈당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당뇨병 환자 등에게는 분명 해로울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쌀도 마찬가지다. 쌀을 가루 내서 만든 쌀가루도 분명 소화율이 높고 따라서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가루이기 때문에 밀가루가 쌀에 비해 몸에 나쁘다고는 할 수가 없다.
통밀빵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간혹 들을 수 있는데, 이는 소화가 상대적으로 잘 안 된다는 점 하나에만 접근한 결과다. 이는 현미밥에 소화가 잘 안 돼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혈당 변화에 큰 차이나 있냐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거기다 식감과 맛을 다 포기하고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약간만 낮출 것인가?
심지어 소화율과 관련된 이야기는 장내 미생물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무작정 밀가루냐 아니냐를 따지기에는 너무가 가려야 할 요소가 많다는 말이다.
결론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는 아니지만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 보양식과 뭐가 다른가!
의사들이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저 소화 부작용을 덜 겪게 하기 위한 의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나쁜 의도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인에겐 별 의미 없지만 서양 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신토불이라고 늘 먹어오던 것이 덜 해롭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긍은 가지만, 그렇다면 난 빵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많이 먹어왔으니 문제없겠네 이렇게 생각되기도 하잖아?
아무리 찾아봐도 밀가루 음식이 쌀밥에 비해 건강에 나쁘다고 하는 객관적인 이유를 모르겠다. 누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 말고 객관적인 정보로 알려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난 빵돌이고 면요리를 좋아한다. 제발 밀가루가 몸에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래는 이 글을 쓰는데 참조한 문헌들이다:
- [생활속과학] 밀가루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 (News1)
- 밥이 좋아, 빵이 좋아? – 밀가루가 과연 몸에 나쁠까요? - The Science Times
- 밀가루 음식, 글루텐의 진실 - The Science Times
- 통밀빵은 흰빵보다 몸에 좋을까? - The Science Times
- 글루텐 프리 음식의 진실은? - The Science Times
- 잘못된 '글루텐 프리' 밀가루에 대한 오해, 되레 건강 망칠라 - 경향신문
- 한약 먹을 때 밀가루 음식 먹지 말라고 하는 이유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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