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 저차 해서 결혼한 지 3년 차인 우리 부부는 온갖 노력에도 임신이 되지 않자 결국 난임 병원을 찾게 되었다.
사실 시간 순서대로라면 병원에 가기 전에 적었어야 할 내용이 있다. 병원 예약을 잡을 때 들은 소리가 있는데 "남편 분은 3일 이상 금욕하셔야 돼요"였다. 난 처음에는 '금욕'을 '금육'이라고 들어서 "응? 고기는 왜 먹지 말래?"라고 잠깐 오해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부부관계를 잠깐 가지지 말라는 그 의미가 맞다. 부부 사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뭐 3일이야 참을 수 있겠지. 참고로 우리는 약 5일가량을 참고 갔었다. 건장한 남자치곤 잘 참지 않았을까? 훗...
무조건 금욕을 오래 한다고 검사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짧을수록 정자가 신삥(?)이라 튼튼하지만 대신 수량이 좀 적고, 오래 묵히면 정자의 수는 많아지는 데 아무래도 늙은(?) 정자들이 많을 확률도 높다. 따라서 검사 전 금욕은 보통은 3일에서 5일 정도를 추천한다.
하여간 유명한 병원의 유명한 의사를 담당의로 지정했기에 받아야만 했던 무한 대기의 굴레를 뚫고 처음 들은 말은 "3년으로 안 되면 난임이겠지요. 우선 검사부터 해보죠"였다. 아... 그래... 금욕하고 오랬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남자인 나야 당연히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그 말로만 들었던 정자 채취 말이다.
검사 센터로 이동하여 인적사항과 동의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지참하여 시술실 - 사실 정확히 어떤 방이라고 적어야 할지를 몰라서 시술실이라 적었다 - 카운터(?)에 가니 열쇠를 하나 주면서 방을 안내해준다. 병원에서 느끼는 모텔적인 감각... 신선한가?
격리된 작은 방, 티슈와 물티슈 그리고 몇몇 위생 용품과 세면대까지 갖춰진 작은 방, 그리고 꺼져있는 텔레비전... 역시 말로만 들었긴 했지만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데려다주신 분이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주면서 안내해줬다.
"TV 켜시고 헤드폰 쓰신 다음에 이 통에 채취에서 방 밖에 있는 접수구에 올려놓고 초인종 누르시면 돼요"
안내는 짧고 간결했다. 이후의 행동에서 모든 일은 다른 사람을 대면할 필요가 없었다. 가급적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려는 듯한 시스템이라 제법 괜찮게 느껴졌다. 안 그랬으면 엄청 부끄러웠을 것 같다.
이제 실제 채취(?)를 할 시간이다. 오랜 기간 모태 솔로로써 쌓아온 기술을 한번 발휘해 볼까?
불행히도 본의로 하는 행위(?)와는 다르게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의무적인 느낌으로 하는 행위는 그다지 쾌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TV를 틀어보니 일본어를 이야기하는 두 남녀가 뒤엉커 있는 모자이크 없는 영상이 나오고 있긴 했는데 사실 별 느낌이 안 들었다. 마치 시작도 전에 현자 타임이 오는 것 같았다. 그저 의무감으로 열심히 채취를 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도 별로고 괜스레 너무 힘들었다. 특히 작은 통에 받아야 하니 예상외로 채취하는 것이 좀 힘들다는 느낌도 들었다.
모든 마무리를 하고 나의 주니어들이 담긴 작은 통을 방 밖의 선반에 올려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띵똥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바로 자리를 떴지만 뒤에서 창문 같은 것을 열고 손으로 쓱 들고 급하게 들어가는 동작을 봤다. 아... 뭐... 그렇겠지. 가급적 안 보고 빠르게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겠지. 그분들도 노력해 주고 계셨다. 그래도 어떡하냐. 아무런 대면 활동은 없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었다.
그리하여 남자만의 검사 시퀀스를 진행한 후 아내와 합류했다. 결과는 어차피 나중에 나올 거고, 아내는 어떤 일을 당했는지 살짝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정리하기엔 약간 그렇고(?) 길어지기도 하니 여기서 잠깐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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