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서 난임 검사는 약간의 금욕과 약간의 부끄러움만 감수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여자라면 과연 그렇게 하찮은(?) 일일까?
당연하게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퀘스트는 남성에 비해 난이도가 월등하게 높다. 물론 질경을 이용한 육안 및 촉진 검사를 남자인 내가 알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내는 매우 싫어했다. 이런 검사를 한 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수년간 수십 차례 했지만 결국 익숙해지는 것은 촉감이나 통증뿐 불쾌함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표현했으니까.
물론 그 정도로 끝은 아니었다. 초음파 검사도 함께 진행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배 위에 기계를 대고 하는 검사가 아니다. 이 역시 질 내부에 기구를 넣어서 검사하는 것으로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들으면 남성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도면 여성에게도 난이도가 낮은 검사라고 봐야한다. 즉석에서 가능한 검사니 말이다. 그렇다면 비 즉석 검사라는 것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난임 병원은 한번 간다고 해서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다닌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검사와 진단, 치료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즉 초기 검사도 아직 끝이 아니다.
다음 검사 예약을 잡으면서 '남편 분은 이제 한동안 안 오셔도 돼요'라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남자가 밖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오는 가부장적인 시스템이 아직도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우리 부부는 1년 365일 24시간 항상 붙어있었다는 점을 몰랐으니 이런 이야기를 했겠지. 참고로 우리 부부가 3년 간 난임 병원을 다니면서 단 한 차례만 빼고 같이 갔었다. 사정이 된다면 난 반드시 부부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약이 잡힌 검사는 나팔관 검사다. 하지만 이 검사는 X레이 처럼 간단히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나팔관이 막혔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조영제로 추정되는 액체를 나팔관으로 강하게 주입하면서 이를 촬영하며 검사해야 한다. 이 검사가 얼마나 난도가 높은지 생각할 수 있을까. 남성이라면 자신의 거시기(?)에 강력하고 끈적이는 액체를 주입해야 한다는 것을 한번 상상해보자. 아마 그것보다 더 힘들 것이다. 나팔관은 몸 안쪽, 자궁의 깊은 곳에 입구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검사를 생전 처음 한다는 공포도 상당할 것이다. 그래도 아이를 가지겠다는 일념으로 견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아내는 굉장히 뻐근하다고 힘들어했다. 다행히도 나팔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서 안심할 수는 있었지만 역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검사겠지.
이 외에도 다양한 검사가 있었다. 혈액 검사도 있었고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다른 무엇인가도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학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내에게 문제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내가 문제라는 말이 되겠지. 얼마 후 내 주니어들의 검사 결과를 들었다. 나이가 있는 만큼 숫자도 적고 기형도 있고... 그나마 직진성은 강해서 임신에는 무리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의 말에서 약간 질색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서 있어서는 안될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뭐긴 치료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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