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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1. 배부르지 않은(?) 배부름의 변화

by healthyrenn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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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성공적으로(?) 임신한 이후 달라진 점은 입덧 말고 뭐가 있을까.

대략 22~23주 차 근처에서 아내의 입덧은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떠맡았던 요리와 설거지는 여전히 내 담당이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해주고 싶어서였다.

임산부의 배에서 아이가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먹여 키워야 하니 잘 먹어야 하는데 이런 모순스러운 디자인이라니 조물주(?)를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분명 이건 걱정스러워해야 할 부분이다. 병원에서도 항상 임산부의 체중과 태아의 크기를 살펴보는 것이 이유는 있을 것이다.

아내는 끝(?)까지 잘 먹지는 못했지만 다행히도 몸무게는 조금씩 늘어갔고 아이도 잘 크고 있었다. 단지 아내가 많이 못 먹어서 짜증을 낼 뿐이다. 그리고 자꾸 밥을 나에게 덜어줘서 내가 살이 피둥피둥 찌게 되었다는 큰 부작용도 있었다.


아내의 배가 제법 나오긴 했지만 복부 비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준이었던 때도 있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임산부 배지다. 이 배지를 가방의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차고... 이런 귀찮아서 가방을 안 들고 나왔네. 뭐 어쩔 수 있나. 하여간 배가 많이 나오기 이전에는 그다지 임산부석의 혜택을 보진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적당히(?) 나온 배가 있으니 배지가 있던 없던 거리낌 없이 지하철의 임산부석에 앉을 수 있었다. 유독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아줌마들이 비켜주는 경우는 못 봤다는 건 뭐랄까... 현실적이었네. 하지만 이 정도(?)면 굳이 임산부석이 아니더라도 아내는 웬만하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실한 임산부에겐 자리를 자의로 양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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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는데, 임신으로 배가 부르면 여러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부의 피부가 트는 현상은 여성에겐 상당히 신경쓰이는 문제 같았다. 물론 아내가 배꼽티나 비키니를 입을 일은 없어서 왜 그런 것에 신경 쓰는지는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뭐 본인이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해야겠지.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봐 언급하는데, 내가 못 입게 했다는 게 절대로 아니다. 난 오히려 입어보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하여간 아내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아내는 피부 트러블을 막기 위한 로션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걸 바르는 것은 바로 남편의 몫이다. 아내는 배에 로션을 손수 바를 수 없다. 윗부분은 바른다 쳐도 손이 잘 닿지도 않는 데다가 눈으로 볼 수조차 없어서 배 아래쪽을 스스로 바르긴 물리적으로 무리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도와줘야 한다. 결과를 이야기하자면 나름 빨리 예방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결국 배 아래쪽은 조금 텄다.

배에 로션을 바르는 행위 자체가 뱃속의 아이와 아빠가 교감할 수 있는 찬스라는데 정말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쓰다듬다보면 단단하던 배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배가 트는 것만큼 또다른 문제도 있었다. 아내의 다리가 계속 붓는다. 특히 종아리와 발 위주로 붓는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오래 앉아있거나 서있으면 그날 밤에 발이 퉁퉁 부어있었다. 거기다 임산부는 배 때문에 발 마사지를 혼자서 할 수 없다. 이번에도 남편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 하루에 30분가량을 다리 마사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생겼다. 이 기회를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기회로 잘 삼아보자. 아내는 왠지 하루 중 배에 로션을 바르고 다리에 마사지를 받는 시간을 가장 기다리는 것 같았다.

참고로 병원에서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구입할 수 있다. 근데 생각보다 탄력이 굉장히 강했다. 신기 조차 힘들 정도였다. 아내는 몇 번 신어보곤 더 이상 신지 않았다. 거기다 배가 많이 불러오면 혼자서 신기 조차 힘들다.

임산부는 다리 마사지를 직접 할 수 없는 만큼 발톱을 자르는 것도 굉장히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것 만큼은 내가 도와줄 수 없었다. 왜인지 내가 남의 손발톱을 자르는 것은 상당히 예민하고 힘든 일이었다. 이것조차 못 하는데 시험관 시술 준비할 때 배에 주사 놓는 건 당연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야겠지.


아내는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잘 느꼈다. 이거 봐바 하면서 내가 쳐다보면... 난 아무것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손을 조심스럽게 배에 가져다 대며 자 느껴봐 하는데, 솔직히 초반에는 이게 배 근육이 움직이는 건지 내장이 움직이는 건지 아이가 움직이는 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배가 어느 정도 불러오면 정말 뱃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복부나 내장 근육이 이렇게 움직일 리가 없을 것 같은 형태로 움직이고 있으니 그럼 아이의 움직임이라고 봐야겠지? 이 정도가 되면 아이의 아빠도 드디어 이것이 생명이구나 하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배가 더 심하게 불러오면 그 움직임이 눈으로 보일 정도다. 꿀렁꿀렁이라는 표현이 여기에서 딱 맞는 표현일 줄은 몰랐다. 정말 꿀렁꿀렁거린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더욱 꿀렁거렸다.

그리고 아내는 종종 고통을 호소했다. 아이가 발로 엄마 갈비뼈를 걷어 차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지. 말로만 위로를 해주는 수밖에. 그리고 이 시기에는 배에서 손이나 발이 튀어나올 것 같은 격렬한 움직임을 볼 때도 있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40주차가 찾아왔다. 왜 클라이맥스냐 하면 40주 차가 출산 예정일이기 때문이다. 임신 기간을 10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정확히는 40주라는 것을 알아두자.

예정일이 다가오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실 예정일 1~2주 전부터는 언제 아이가 나와도 이상하기 않은 기간이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약간의 통증만 느껴도 설마 진통인가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고깃집에 못 간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숯불갈비집에 아거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었다. 그리고 예정일을 조용히 기다렸다.

예정일에는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지만 말이다.

 

12. 프롤로그의 마지막, 출산

임신 40주 차가 되던 날, 아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그 진통은 당연히 겪어보지 못했다. 임신 때 늘 그래 왔듯이 배가 조금씩 당기는 느낌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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