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를 허망하게 보냈지만, 둘째의 충격은 생각보단 크진 않았다. 첫째 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을 수도 있고 둘째가 너무 작을 때 가버려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잠깐 쉰 뒤 다시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이 글의 카테고리인 '육아일기'가 존재하려면 당연히 아이가 태어나야 할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세 번째 시술은 당연히 두 번째 보다도 더 익숙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물론 단 한 가지를 빼고 말이다. 여전히 주사를 직접 놓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 누구라도 이 시술을 몇 번을 경험했든 간에 주사를 놓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지금도 독감 예방 주사 맞으라면 일단 도망치려고 하는 허약한 남자인데 뭐 어떡할까.
준비 과정과 채취를 넘기고 이제 배양이다. 11개의 난자를 배양시켰는데 이번에는 여러 중급 배아들 중에 상급 배아가 하나 나왔다고 한다. 최초의 상급 배아다. 학력으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우리 부부였지만 그래도 상급이라는 표현은 싫지는 않았다. 나이 많은 부부에게 상급 하나가 나온 것 자체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약간 안심할 수 없었던 뭔가가 있었나보다. 이번에는 배아 3개를 이식해 달라고 했다. 여기에 동조해서 의사는 아예 글루 시술을 해서 좀 더 착상이 잘 되게 해보자고 했다. 셋이 의기투합이 잘 된 것 같았다.
이식을 하고 혈액 검사 날이 다가와서 검사를 하고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때 걸려온 전화에서 약간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치가 첫째 때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 상급 배아에 호르몬 수치도 높고 글루 시술까지 했으니 더없이 확률이 높아졌을 거라는 기대가 가득 찼다.
물론 어떤 배아가 착상을 했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중급이든 상급이든 뭐가 되었든 소중한 우리의 아이다. 확실한 것은 일단 심장이 뛰는 것이 보이고 소리까지 들렸을 때였다.
그리고 문제의 7주차. 첫째가 마지막으로 왕성하게 움직이던 그 시기다. 첫째는 여기서 벽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때가 되면 긴장할 수박에 없다.
다행히도 셋째는 첫째와 비슷하게 자라고 있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심장도 잘 뛰고 있는 우람한 올챙이(?)였다. 우리는 다시 임신 바우처를 신청했다. 이번에는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리고 8주차가 되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건강했다. 아이의 심장도 더욱 잘 뛰고 있었고 소리도 경쾌했다. 크기도 표준적으로 잘 자라고 있었다. 문제의 고비를 넘겼고 겨우 안도하게 된다.
이후부터 우리는 확신을 가졌다. 아예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도 받아왔다. 이제 버스나 지하철 임산부석에 아무 거리낌 없이 앉을 수 있는 감투가 생겼다.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도 문제의 8주차 때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아이의 엄마, 즉 아내의 문제였다.
아내의 입덧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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