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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입술물집? 그거 성병 아니야?

by healthyrenn 201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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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장품 테스터 코너에서 입술물집이 난 헤르페스 감염자가 립스틱 테스터 썼다고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다. 헤르페스가 성병이고 쉽게 옮는다는 약간 자극적인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그 일은 지금은 잊혔는데 과연 당시 일은 사실일까 아닐까? 입술물집과 헤르페스에 대해 알아보자.



참조용 이미지를 증상 사진으로 올리려다 좀 혐오스러워서 일부러 순화한 버전(?)을 썼다. 구글에서herpes 로 검색해보면 엄청난 (그리고 혐오스러운) 사진들이 나오므로 참고하자.


입술 물질

피곤하면 종종 입술에 물집이 난다는 사람이 있다. 내 경우도 어릴 때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입술에 물집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원래 피곤하면 입술에 물집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일부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해서 이 입술물집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발생한다. 


헤르페스(Herpes)

독일어로 헤르페스(Herpes)라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한자어로 단순포진이라고 한다. 헤르페스는 평소에는 신경절에 잠복해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시작한다. 주로 입술과 성기 혹은 그 주변을 공격하여 물집이 발생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전염성은 강하지만 피부를 통한 감염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신 코나 입속 점막 등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 평소에는 숨어있으며 활동하지 않으므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의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활동 중인 단계에서는 전염 확률이 높아진다. 물집 등의 염증을 일으킨 부위는 다수의 바이러스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곳이므로 이 부위를 직접 접촉했을 때는 전염 확률이 높아진다. 키스병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입술과 입술이 직접 접촉한 경우 주로 전염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이름이다.


하지만 헤르페스는 체온 정도의 환경이 유지되지 않으면 쉽게 죽는다. 즉 체외로 나오면 생존력이 급감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피부를 통한 감염도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단순히 보균자와 접촉한다고 쉽게 전염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수건을 같이 쓴다고 해서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는 이야기다.


특징적으로 헤르페스는 평소에는 잠복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가 힘들다. 대신 증상이 심하지 않고 목숨도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냥 공존(?)한다. 예방백신도 없다.


헤르페스는 임신을 통해 아이에게 전염될 수 있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 절반 이상이 감염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상당수가 이미 감염자라는 말이다.


그런데 헤르페스는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이번 글의 핵심 문장이다.


헤르페스 1형

보통 입술물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헤르페스는 이 헤르페스 1형(herpes simplex virus type 1, HSV-1) 바이러스이다. 명확하게 구순 단순포진(Herpes simplex labialis) 바이러스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신경에 숨어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된 틈을 노려서 입술 주변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


지구상의 인구 대부분이 감염되어 있다는 헤르페스는 이 1형이다.


헤르페스 2형

헤르페스 2형(herpes simplex virus type 2, HSV-2)은 성병으로 분류되는 문제의 그 녀석이다. 성기단순포진(Herpes simplex genitalis)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1형과 비슷하게 평소에는 신경에 숨어있다가 면역력 저하 시 주로 입술이 아닌 성기 주변을 공격하여 물집(음부포진)을 발생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헤르페스의 전반적인 특징이지만 2형도 역시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염 특정도 비슷해서, 물집이 있는 상태로 성관계 시 배우자를 감염시킬 수 있으므로 콘돔 등으로 예방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구강성교로도 전염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뭐... 물집이 난 성기를 입으로 읍읍... 할 사람은... 아마도.. 없... 아아... 일단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편이 좋다.


다만 1형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의 전염력은 거의 없다. 따라서 보균자라고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마무리

서두에서 이야기한 "입술물집이 성병이다" 라는 건 그냥 바이러스군이 같아서 혼동한 오해에 가깝다. 입술물집을 일으키는 것은 헤르페스 1형으로 성병이 아니다. 그리고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화장품 테스터에 묻었더라도 이른 시간 안에 사멸해서 별 영향을 못 끼친다. 그렇다고 걱정 없이 화장품 테스터를 마구 쓰라는 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도구에는 온갖 바이러스와 균이 묻어있다. 당연하게도 가급적 이런 공용 테스터는 안 쓰는 것이 좋다.


헤르페스는 1형 2형 모두 공통으로 예방백신이 없다. 증상이 있을 때는 감염시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다. 어떤 연구에서는 1형도 성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고도 하고 2형도 구강성교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1형이 2형으로 바뀌는 등의 사례는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행히도 헤르페스는 체외로 나오면 생존력이 급감한다. 거의 10초 내로 죽는다고 한다. 딱히 감염자와 물건을 공유한다고 해도 직접 접촉이 아닌 이상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설마 칫솔을 공유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걱정하기 이전에 너도 나도 이미 헤르페스 감염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구상 대부분 사람이 이미 감염되어 있다. 그리고 몸 관리를 너무 잘해서 평생 증상이 없어서 감염된 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관리만 잘하면 거의 안 걸린 것처럼 살아갈 수 있으니 안심하자. 


아래는 이 글을 쓰는데 참조한 문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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