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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알레르기와 위생의 역설

by healthyrenn 2019.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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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는 많은 부모를 괴롭히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다. 명확한 원인도 없이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고 가렵다 아프기까지 하다. 명확한 원인도 없으니 명확한 치료법도 없다. 아마도 내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한다면 나도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슷하게 크론병이라는 유명한 알레르기성 소화기관 질병이 있다. 입부터 시작해서 대장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염증이 발생한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법도 없다. 만약 내 아이가 이런 병에 걸린다면 나도 정말 괴로울 것 같다.


이 둘의 공통점은 알레르기라는 점이다. 즉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에 의한 염증이다. 


우리는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를 위해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위생에 만전을 기했다. 벌레와 쥐를 퇴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기생충을 퇴치하기 위해 구충제를 발명했고, 온갖 치명적인 유행병의 백신을 만들었다. 화장실은 매우 깨끗하고 그 화장실을 청소하기 위한 많은 세제도 있다. 또한 수질은 위생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에는 위생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사용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을 해도 알레르기 질환은 퇴치가 되지 않고 있다. 알레르기는 증상 유발 물질만 찾을 수 있었지 근본 치료는 불가능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위생의 역설

그런데 이 불치병 알레르기 치료에 관한 획기적인 역발상이 있다. 단순하게 정리해서 '위생의 역설' 이다. 이 이름은 참조문헌 두 번째의 한겨레 기사에서 따온 이름인데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알레르기는 다른 말로 '면역체계가 바보 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항체가 적을 공격해야 하는데 우리의 몸을 적으로 잘못 인식해서 공격하고 그로 인해 염증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렇게 면역체계가 우리 몸을 적으로 오인하는데는 위생으로 인해 인식해야 할 적이 너무 없어져서 학습할 수가 없어서라는 설명이 이해가 잘 된다.


실제로 이런 위생의 역설을 이용해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예가 몇몇 있다.


크론병의 경우 돼지 편충이라는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돼지 편충은 사람의 몸에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장 난 면역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훈련용 더미(?)를 투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돼지 편충을 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퇴치하고 면역으로 기억시킨다.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적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 이 치료법의 핵심이다. 


대변 이식(?)을 통한 장염 치료도 검증 중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등등 여러 원인 모를 사유에 의해 발생하는 장염은 지금까지는 치료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변을 이식하는 방식, 정확히 말해서 특정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추출해서 타인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원인 불명의 장염을 치료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자신에게 없는 미생물을 투입해서 면역 훈련을 하거나 혹은 필요한 미생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치료가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통계적인 면에서 후진국 농촌보다 선진국 도시의 아이들에게 알레르기 많다는 기사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역시도 위생의 역설을 증명하는 한 가지 예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농촌으로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농촌의 깨끗한 공기로 인한 호전일 수도 있지만, 도시보다 여러 미생물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서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위생을 덜 신경 쓰는 것이 좋은 것일까?


개발도상국 농촌에서 알레르기 환자가 선진국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개발도상국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오히려 알레르기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대기오염에 의해 발생하는 알레르기로 추정된다. 대기의 질도 위생의 중요한 척도로써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어쨌거나 현대 사회는 너무 깨끗해서 면역체계가 훈련받을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론

우리는 우리의 몸을 더욱 건강하기 위해 우리의 몸에 적절한 수준의 위해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몸속의 면역체계를 훈련하면 항체가 아군과 적군을 제대로 구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알레르기의 발생 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옛날부터 상처 많은 피부가 더 튼튼하다는 이야기가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의 어머님들이 뜨거운 그릇을 잘 잡으시는 것도 훈련의 결과일 것이다. 면역체계도 이런 식으로 길들일 수 있다면 알레르기도 해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항원에 과도한 접촉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항원(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적이 아니라 당장은 피해야 할 물질이다. 제대로 된 적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므로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화학물질이 아닌 적절한 수준의 미생물과의 공존이다. 이 세상의 많은 생명체가 그렇지만, 사람도 애초부터 미생물과의 공존을 통해 진화한 생명체다.


아래는 이 글을 쓰는데 참조한 문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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