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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8.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니까

by healthyrenn 2020.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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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다가 결국 아이와 함께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한 우리 부부였다. 시간이 흘러 결국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왔다.

아이의 나이는 이제 어느 정도일까. 대략 3주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조리원을 나서면서 맡는 공기는 병원을 나설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제 날씨는 습하지 않았다. 대신 뜨거울 뿐이었다. 병원을 잠깐 들러 아이 예방접종을 하고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한 뒤 집으로 왔는데 그래도 아직 덥다고 생각해야 할 날씨다.

집은 미리 청소를 해놔서인지 아니면 습도가 낮아져서인지 모르겠지만 쾌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닐 거다.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

회사 인력 채용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거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연히 경험이 있다면 신입에 비해 더 빠르게 일에 적응하고 더 빠르게 능력을 살려서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거다.

양육도 비슷하다. 양육 경험자가 있다면 당연하게도 아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는 그 역할을 산후조리원에서 대신해줬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할 누군가가 없다. 굉장히 막막할 뿐이다.

이럴 때 부부의 부모 중 누구 한 분이라도 도와준다면 그것은 행운일 것이다. 집에 와서 바뀐 환경에 아이와 아이의 부모 모두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원래 살던 집이지만 이제 삶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시간적 육체적 고통 또한 뒤따를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 한 사람만 도와줘도 이 고통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수 있다. 그것도 아이를 키워온 경력자인 어머니라면 말이다.

결론적으로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장모님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간은 초반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큰 위안과 도움을 얻게 해 줄 것이다. 참으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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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을 퇴소하기 며칠 전부터 아이는 낮밤이 바뀐 상태였다. 즉 낮에 자고 밤에 먹을 것을 자주 보채는 상태였다. 이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다 집으로 왔으니 그렇다면 뭐 결론은 나와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의 현관문을 열 때 왠지 지옥문이 열리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아이는 낮에 아주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먹으면 잤다. 옆에서 누가 떠들든 청소를 하든 요리를 하든 내키지 않고 거실 구석에 깔아 둔 작은 이불에서 아주 잘 잤다. 아주 착하고 귀여운 아이다.

그리고 아이는 밤에 돌변했다. 잠을 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먹을 것을 계속 달라는 것 같았다. 겨우 재워도 길어도 한 시간 정도 잤을까? 여전히 아이는 귀여웠지만 착한...가? 음...

만약 이 상황을 부부 둘이서만 당했다면 정말 지옥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노련한 우리의 어머니는 이런 아이를 달랜다. 덕분에 초보 부모는 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조력이 있다 해도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 누군가가 없어도 할 수 있어야 할 일 말이다. 대표적으로 아기 목욕이 있는 것 같다.

목욕은 집으로 돌아와서 겪은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물론 매우 힘들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잘 배워 왔지만 결국 실전에선 엉망진창이었다. 씻는 동안 아이를 어떻게 잡는지도 허둥지둥 이었다. 익숙하지도 않아서 연약한 아이의 몸을 멋대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목욕은 엄청나게 당황하여 허둥지둥 엉망진창으로 끝냈다. 하지만 첫날의 실수는 다음날부터 만회할 수 있는 양분이 될 것이다. 사람은 경험과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실제로 날이 가면 갈수록 씻기는 루틴이 정해지고 씻기는 시간도 점점 단축해갔다.


산후조리원에서 많을 것을 배워서 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실전 경험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것이 당연한가 보다.

시중에 판매하는 기성품 일회용 기저귀는 다 비슷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여러 종류를 대해보니 너무나 다양함에 현기증이 났다. 다 같은 월령용인데도 크기다 조금씩 다랐다. 모양도 달라서 어떤 것은 어디가 가늘고 어떤 것은 어디가 넓었다. 어떤 것은 밴드가 잘 늘어나고 어떤 것은 폭 자체가 넓고, 어떤 것은 쉬했을 대 나타나는 인디케이터가 잘 보이고 어떤 것은 무늬랑 혼동이 오기도 하고... 하긴 다 같으면 굳이 여러 회사 제품이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속싸개도 크기와 모양이 참으로 다양했다. 어떤 것은 아기 용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알려주는 아주 귀여운 장식이 되어있기도 했다. 하지만 속싸개 디자인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재질과 크기다. 특히 크면 여러 용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목욕 후 아이 몸을 닦을 타월 역할이라던가...

젖을 먹이는 것도 충분히 겪었다 생각했는데 역시 집은 환경이 다르니까 또 뭔가 조금씩 달라졌다. 수유 패드도 쓰던 것과 좀 다르기도 했다. 심지어 발받침이 달라진 것도 의외로 어색함을 크게 만든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젖을 먹일 때 미묘하게 다른 그 느낌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했다. 물론 유축기도 다르고 그것을 담는 병도 다 달랐다. 모든 것에 새로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또 다른 첫 경험으로 분유가 있었다. 조리원에서는 분유를 직접 타서 직접 먹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언제 어떻게 젖이 부족해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상시 분유를 준비해놓고 먹일 수도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것도 처음은 허둥댈 수밖에 없다. 분유를 얼마나 넣고 물은 얼마를 넣으며 물을 끓여서 넣나 식혀서 넣나 여러 선택지도 있었다. 온도 조절은 당연히 세심해야 하기에 어려웠다. 심지어 젖병 선택도 아이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트림을 시키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눕혔는데 입에서 토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는 더더욱 트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트림을 빨리 못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분유를 먹은 날은 트림 전쟁이 벌어졌다.

아직 우리의 아기는 혼자서는 잘 수가 없는 나이 때다. 먹다가 자던가 아니면 안아서 재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림을 시키는 도중에 깨거나, 겨우 눕혔는데 바로 깨거나, 어쩔 대는 속싸개가 답답하다든지 등 여러 이유로 잠에서 바로 깨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눕히는 도중에 깨서 실패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여러 첫 경험들이 점점 늘어난다. 물론 한동안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 했다. 낮밤이 바뀐 문제도 있었겠지만, 이후 패턴이 바뀌어서 밤에 잠을 잘 자더라도 결국 1시간에서 3시간에 한 번씩은 깨서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거나 뭔가를 물려야 했다.

아이를 키울 때 밤잠은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정말 사실이었다. 아이가 자야 부모도 잘 수 있다는 환경은 정말 극한이다.

하지만 이런 극한의 환경도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으로 극복하는 것 같다. 사실 아이가 없었다면 엄청 스트레스받는 일이었겠지만 아이가 있으니 몸이 피곤한 것 빼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거기다 든든한 조력자 장모님도 한동안 아이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덕분에 푹 잘 수 있는 날도 있었고 말이다.

뭐가 어쨌든 역시 육아는 힘들다. 덤으로 이런 육아를 여성에게만 내맡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참으로 역겹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역시 뭐든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가 없는거다.

 

19. 귀여워서 무서운 것

아이가 생후 4주 정도 되었을까. 집으로 돌아와서 아기와 함께 사는 것도 약간은 익숙해졌을 시점이다. 이제는 산후조리원의 일상을 집에서도 느끼고 있는 지경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healthyre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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