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후 4주 정도 되었을까. 집으로 돌아와서 아기와 함께 사는 것도 약간은 익숙해졌을 시점이다. 이제는 산후조리원의 일상을 집에서도 느끼고 있는 지경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상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여러가지가 보인다. 특히 전에는 모르던 것에서 행복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아기는 귀엽다. 이건 뭔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사람의 유전자에는 아기가 귀엽게 느끼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귀여움을 느끼는 것에서 창조주를 향한 뭔가의 감정이 생겨야 하는 걸까? 뭐 그렇게까지 이상한 생각은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귀여움을 느끼는 것은 행복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창조주에게 감사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귀엽다고 무작정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위에서 적었다시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용쓰기라는 이름의 증상이 있다. 아이가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엄청나게 힘을 주며 애를 쓰는 증상이다. 대충 상상하자면 용쓰기는 아이가 아직 몸 어딘가에 힘을 쓰는 방법을 몰라서 끙끙거리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예를 들자면 방귀를 뀌고 싶은데 어떻게 낄 줄 모른다거나 말이다. 그래서 굉장히 귀엽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용쓰기를 할 때 심하면 얼굴이 빨갛게 변하고 악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얼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기까지 가면 좀 무섭다. 정말 얼굴 터지는 거 아닌가, 아니면 어딘가 혈관이 터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용쓰기처럼 미성숙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또다른 유명한 증상으로 딸꾹질이 있다. 뭐 누구나 다 아는 그 딸꾹질과 다를 건 없다.
그런데 신생아의 딸꾹질은 상당히 귀엽다. 우리 아기의 딸꾹질 소리는 "삐꾹", "삐약", "뀩" 뭐 이딴 귀여운 소리가 난다. 성인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르고 가냘프고 귀여운 소리다.
하지만 귀엽다고 방치하기엔 울음이라는 후한이 다가온다. 딸꾹질은 당연히 불편한 증상이고 아이는 결국 울게 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아이의 울음을 달래는 것이다. 당연히 딸꾹질을 가볍게 볼 수가 없다.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약간 무섭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는 딸꾹질 때문에 울다가 다른 아기들을 몽땅 울리는 경우도 봤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신생아의 딸꾹질은 횡경막의 미성숙이 주원인이긴 하지만, 소변 등으로 체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경우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이 경우 머리에 모자를 씌워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데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딸꾹질에 가장 좋은 약은 수유다. 젖을 먹이거나 분유를 먹이면 거의 바로 낫는다. 바로 멈출 필요가 없다면 그냥 울도록 놔둬도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모로 반사의 경우 아마 모든 부모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모르고 접하면 굉장히 귀엽다. 방문 열었는데 혹은 옆에 지나가는 잠자던 아이가 손을 갑자기 번쩍 들었다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물론 모로 반사가 스트레스인 이유는 이거 때문에 아이가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에서 깬 아이는 운다. 그렇게나 싫어하는 속싸개를 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생아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초기에는 빛 정도만 구분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윤곽을 구분하고 색도 구분하는 등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눈에는 잘 의지하지 않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얼굴에 손을 대면 거기로 고개를 돌린다. 신생아에겐 당연하게도 반사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간혹 인간인가 동물인가를 심하게 고민할 때가 있다. 이것이 과연 생태계를 지배하는 인간의 아기인가. 아니면 동물 이하인가?
아이들에게 방귀는 장난스러운 요소다. 그리고 신생아도 방귀를 뀐다. 그리고 방귀를 끼면... 아이는 놀래서 운다. 이 장면을 가볍게 보면 굉장히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 혼자 방귀 뀌고 혼자 놀래서 혼자 우는 그런 시트콤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게 배앓이와 엮여서 나타나면 귀엽게 보기엔 너무나 스트레스이기에 무서울 따름이다.
이렇게 귀여우면서 무서운 것들을 많이 겪었다. 어차피 인간의 아기는 아마 지상에서 가장 허약한 생명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귀엽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무섭기도 하고 말이다. 뭔 소리야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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