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열은 신생아에게서 발생하는 다양한 피부 질환을 의미한다. 이름만 봐서는 무슨 열이 나는 증상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의 유래는 찾지를 못 하였다. 아마도 한의학적인 표현을 슬쩍 훔쳐서 표현하자면 태아의 열이 피부를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발생하는 피부 질환을 통칭하는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한의학의 설명 방법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아서 그냥 반 농담스러운 설명이라고 생각하자.
어쨌든 태열은 신생아의 피부 질환이기는 한데 명확한 원인 없이 피부가 빨갛게 변하거나 좁쌀 같은 여드름 비슷한 것이 올라오기도 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그래서 신생아 아토피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신생아기에는 원인이 다를 수도 있어서 직접적으로 아토피라고 진단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태열이 그저 피부 질환으로 그칠 리가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따갑거나 간지러울 것이고 필히 아이는 울게 마련이다.
우리 아이도 태열이 심했다. 이미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태열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기다 집에 와서 순식간에 태열이 더 나빠졌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괴로워하는데 당연히 편할 수는 없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한데 이게 아기 피부라는 말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태어난 지 30일이 좀 지나고 나서는 상당히 좋아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아이의 태열이 심해진 계기는 아마도 우리 부부의 부모님의 개입에 의한 것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뭐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니고, 산모와 아이는 무조건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그분들의 가르침 말이다. 여름의 끝자락이긴 했지만 그래도 더웠고 선풍기 없이는 견디기 힘든 그런 날씨였는데도 우리의 아이에겐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바람도 못 쐬게 하는 데다 속싸개까지 꽁꽁 싸매어 둘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개입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했던 것은 그저 우리 부부의 실수다. 이미 아이에게 적당한 실내 온도는 22~24도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개입에 무너지고 말았었다.
아마도 태열이 심해진 것과 이것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 증거 중 하나로, 태열이 너무 심해지자 안 되겠다 싶어서 개입(?)을 무시하고 방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아이를 그 방 위주로 지내도록 했다. 그랬더니 하루 이틀 정도만에 태열에 차도가 보이는 것 같았다. 피부 염증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빨갛게 변하는 것은 많이 개선되고 시간이 지나자 정상적인 피부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태열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았다. 소아과 의사들은 별도로 뭔가의 조치는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실내 온도 조절 정도로 그냥 놔두고 있었는데 다른 조치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상당히 고민되던 때였다.
아내는 이미 여러 정보를 접하고 수딩 크림이라는 피부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아기용 화장품을 구비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놔둬도 된다는 의사들의 말만 믿고 발라보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결단이 필요했다.
어느 날부터 과감하게 수딩 크림을 발라보기 시작한다. 자주는 아니고 목욕 후 증상이 심한 부위 위주로 한 번만 발라주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수딩 크림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아이의 피부 염증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다만 수딩 크림과 온도 조절만으로 태열이 치료되었다고 보기엔 좀 힘든 게 인과관계가 얽힌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갑상선 기능 저하의 치료다. 태열이 좋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갑상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다. 그러면서 황달도 좋아지기 시작하고 피부색도 점차 붉고 노란 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즉 황달 기운이 사라져 가면서 아이의 피부는 점점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정확히 무엇이 원인인지는 특정하기 힘들다. 온도 조절을 했고 수딩 크림을 발라줬고 황달을 치료했다. 갑상선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게 태열 자체도 원인을 찾기가 좀 힘든 질환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기 싫기 때문이 이런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하나의 조치 만으로 태열이 치료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여간 이제 우리의 아이는 보송보송하고 밝은 아기 피부를 가지게 되었다. 아기인데 당연히 아기 피부여야 정상일 텐데 참 다사다난한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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