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열과 황달이 심해져서 어느 날 즉흥적으로 소아과를 찾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방문한 주변의 다른 소아과에서 우리는 아이의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심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이 더 필요해서 큰 병원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가 지난 글의 내용이다.
걱정 속에서 어느덧 예약일이 다가왔다. 아이에게 별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야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우리는 걱정 속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 하고 있었다. 접수를 하고 진료 대기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우리의 차례가 되었고 아이의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앞서 그 대안으로 갔던 소아과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태열과 황달이 심한 것도 있지만, 심장의 잡음 또한 들리고 아마도 구멍이 있는 것 같다는 것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여러 추가 진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태열의 경우는 병원에서 바로 뭔가를 할 것은 없다는 것 정도다. 집에서 관리를 잘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중에 어느 정도 큰 이후에도 증상이 이어지면 그때는 아토피로 진단이 바뀌고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달의 경우는 이제 생후 한달이 지난 상황이라 아직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 지속되는 것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 검사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추가 검사는 혈액 검사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심장 잡음의 경우는 초음파로 심장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다만 심장 초음파 예약이 밀려있어서 한참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좀 언짢은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잠깐, 혈액검사라니? 이제 신생아라 불리는 단계를 갓 벗어난 아이였지만 여전히 아기다. 굉장히 어리고 미성숙하고 여리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다. 이런 아이에게서 피를 뽑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정말 이런 신생아의 혈액을 뽑을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무려 두 개의 혈액 통에 피를 뽑아야 한다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말이다.
그나마 큰 병원이라 이런 신생아 혈액 검사가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일반적으로 간호사가 피를 뽑는 것과는 다르게 소아병동의 전문의가 직접 피를 뽑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나마 더 다행이었던 점은 피를 뽑기 위해 아이만 따로 데려갔다는 점이다. 만약 눈 앞에서 우리의 아이의 피를 뽑기 위해 바늘을 찌른다고 생각해보자. 아이는 보나 마나 비명을 지를 것이고 부모 입장에선 상당히 보기 힘든 장면이 나올 것이 뻔하다. 아마도 이것도 배려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피를 뽑기 위해 아이를 데려가고 아마 15분 쯤 지났을 거다. 왜 이렇게 안 끝나나 전전긍긍하고 있는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도 우리의 아이는 울지도 않고 간호사에게 얌전하게 안긴 채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피도 무사히 잘 뽑았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아이가 잘 참아줘서 너무 고마웠다.
수시간 후,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
황달의 원인은 대체로 간에 있다. 즉 간에 문제가 있을 때 황달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외에 담즙관 등등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길어질 것 같으니 별도로 정리한 글로 넘기자.
혈액 검사에서 간 자체는 수치가 높기는 하지만 정상 수준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그런데 드디어 여기서 우연이 빚은 결과가 나타난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의심된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다.
갑상선은 각종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만약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 급성장하는 신생아에게는 장애가 되거나 치명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거기다 심장 잡음이 갑상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참 많은 곳에 연관이 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아이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진단받았다. 황달과 태열 때문에 방문한 소아과를 통해서 심장 잡음이 우연히 발견되고, 또 이로 인해서 갑상선의 문제가 발견되다니 정말 우연이 이어져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나마 이렇게 가벼운듯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치료가 될 확률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쉽게는 되지 않는다. 약을 매우 오래 먹어야 한다고 한다. 수년에서 어떤 경우는 평생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의 아이는 조기에 발견한 터라 평생 먹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이후 황달의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찾기 위해서 별도로 담즙관과 갑상선 초음파 검사도 별도로 예약을 했다. 불행히도 초음파 검사 날 혈액검사도 같이 예약되었지만 말이다.
태어난 지 한 달가량 된 아이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약봉투를 들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며 아내와 잠깐 울었다. 치료가 될 수는 있다지만 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닥친 시련이 부모에게도 너무나 큰 상처를 남겼다.
거기다 아이에게는 많은 시련이 더 기다리고 있다. 초음파는 사실 아이를 많이 괴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혈액검사는 지속적으로 받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갑상선의 치료 경과를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혈액 검사라는 현실에는 타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결코 간단한 검사가 아니다 보니 죄책감이 가득해진다.
다음날 새벽, 아이는 난생 처음 먹는 약을 그대로 잘 받아먹었다. 대견하고 기쁘고 행복했다. 오히려 기쁜 듯이 약을 받아먹어주는 아이가 있어서 부모로서의 죄책감을 많이 덜어내주었다. 그래서 아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다음 검사 일정은 썩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든 없든 그것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이 걱정을 덜어낼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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