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이란 당황의 연속이다. 아기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처음 아기를 가지고 처음 육아를 하다 보면 다양한 당황스러운 첫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이 글은 대략 40일 전후까지 육아를 하며 겪었던 경험(?)들의 일부를 정리한다.
아기는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목이나 팔다리는 물론이고 허리도 약해서 몸을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한다거나 몸 자세를 바꾸거나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편견을 깨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밤에 잠을 잘 자던 아기가 평범하게 울면서 깼다. 평소처럼 기저귀가 축축하거나 아니면 배고파서 깬 것이었겠지. 그런데 아이 침대를 보는 순간 놀랠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처음 눕혔던 자세에서 시계방향으로 몸이 약 30도가량 회전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무슨 초자연적인 힘이라도 작용한 건가 싶었다. 아니면 우리 아이는 발육이 너무 좋아서 벌써 누워서 기어갈 수 있게 된 것일까?
물론 그럴리는 없다. 그저 아기가 발버둥을 심하게 치면 간혹 몸이 들썩이며 몸이 살짝 움직이는 것이었다. 즉 몸이 돌아가 있으면 정말 엄청나게 몸부림을 쳤다는 말이다. 얼마나 심하게 치는지 측은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사실 알고 나면 별거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잠자리와 관련된 더 심한 사건도 있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깬 아이가 울고 있었는데 평소와는 뭔가 다른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후다닥 달려가서 아이를 보니 놀랍게도 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둥거리며 울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발을 버둥이며 걷어차다 우연히도 이불을 걷어차서 얼굴 쪽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었다.
젖은 이불도 아니고 그렇게 부드럽지도 않아서 질식할 위험은 없었지만 이날은 좀 식겁했다. 만약 이불 재질이 좀 달랐거나 아이의 토사물로 이불이 젖었거나 했다면 아이가 질식할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날 부터는 이불을 덮을 때 아이의 가슴 위쪽으로는 올라오지 않게 덮게 되었다. 뭐 조심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당연하겠지만 아기들은 소변을 보면 운다. 기저귀가 축축해지는 것보다는 그냥 쌌기 때문에 우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살아봤다는 것인지 가끔 울지 않을 때도 있다. 가끔은 기저귀가 퉁퉁 불어서나 혹은 냄새 때문에 알아채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걸 발견하는 게 초반에는 상당히 놀랬다. 지금이야 익숙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현상이 괜찮은 건지 잘은 모르겠다. 젖은 기저귀를 방치하면 피부에 안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아이들이 먹은 것을 올리는 건 예삿일이다. 뭐 괜찮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주 올리는 것이 아닌 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올리는 수준이 아닌 것을 경험했다.
잠을 못 자고 젖을 계속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분유를 계속 먹이다 생애 처음 분수쇼를 경험했다. 입에서 빔...이 아니라 분유를 제대로 왈칵 뿜어냈다.
당연히 처음 보는 광경에 우리 부부는 허둥지둥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깐 당황하다 냉큼 손수건을 챙겨서 닦아주고 등을 토닥여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패닉이 왔었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우리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거하게 뿜어내고도 여전히 배고프다고 칭얼대고 있었다. 너 방금 올렸던 건 기억 못 하는 거니? 어쨌거나 분수쇼는 저 이후에도 한 번 있기는 했지만 그 뒤 론 먹일 때도 조심하고 있어서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다.
성인 입장에서 아이의 행동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역시 잠투정일 것 같다. 졸리면 자면 될 텐데 자지도 않고 칭얼거린다.
물론 이 상황에서 눕히면 더욱 심해진다. "난 아직 안 자는데 왜 눕혀?!" 이런 이야기라도 하듯이 울면서 온 몸으로 시위를 한다.
심할 때는 젖을 물리고 있어도 자지 않는다.
그래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애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틈에 가급적 아이에게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면 그 멍한 순간이 잠으로 이어지는 트리거 같다. 물론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니 경험으로 터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몇 가지 당황스러웠던 첫 경험 들을 정리해봤는데 물론 이것이 전부 일리 없다. 아마도 나중에 또 이런 류의 글을 쓰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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