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상선 기능 저하를 진단받고 나서 얼마 후 확실한 진단을 위한 예약한 초음파 및 혈액 검사일이 다가왔다. 고맙게도 아이는 여전히 약을 잘 먹고 있었고 몸이 크게 나빠지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초음파 검사도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3가지 검사가 필요했다. 그중 담즙관과 갑상선 두 개는 한 번에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 날에 하기로 했다. 나머지 심장 초음파는 조금 더 이후의 이야기지만 여기서는 같이 정리하고 있다.
검사 당일은 약간의 난관이 있기는 했다. 갑상선과 담즙관 초음파 검사 날에는 아이에게 2시간 전부터 먹이질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검사 도중 자칫 아이가 토할 수도 있어서라고 하는데 아마도 목에 있는 갑상선 때문이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유가 뭐든 이런 어린아이를 2시간이나 굶긴다는 것 자체가 괴로울 뿐이고 그래서 그저 아이가 잠들어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번 병원으로의 외출에서도 아이는 잘 잤다. 신기하게도 밖에만 나오면 잠드는 아이가 정말 고마웠다.
좀 많이 기다리긴 했지만 첫 검사는 순조로웠다. 아이가 잠에서 깨서 울기는 했지만 - 아니 좀 많이 울긴 했었지만 - 검사는 무사히 끝났다. 어차피 초음파 검사 자체는 아프지는 않다. 단지 아이가 침대에 눕는 거나 옷을 벗기는 거나 혹은 차가운 젤을 바르고 이상한 막대기를 몸에 가져다 대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다행히도 결과도 좋게 나왔다. 담즙관에도 이상이 없었고 갑상선도 초음파 상으로는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즉 갑상선에 선천적인 문제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저 기능이 저하된 상태라 이것만 잘 해결하면 갑상선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약을 덜 먹어도 되는 건 아니었다. 3년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역시 질색이었다. 하지만 평생 먹는 것에 비하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정말 우연히도 일찍 발견하게 되어서 참으로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더 큰 고난은 이후의 혈액 검사에 있었다. 이번엔 혈액 통이 4개나 되었다. 이걸 보고 정말 아연질색했다. 추가 검사가 필요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의사를 많이 원망했다. 이렇게 조그마한 아이에게서 뽑을 게 뭐가 있다고 이러는 건지 말이다.
혈액을 뽑기 위해 이번에도 병실로 따로 간 아이는 지난번과는 다르게 자지러지게 울면서 우리에게 돌아왔다. 알고 보니 이번에는 피가 잘 안 나와서 못 뽑았다고 한다. 아마도 피를 어떻게든 뽑아보기 위해 바늘을 수 차례 찔렀을 것이다.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원 측에 항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혈액 검사는 해야 했기에 결국 소아 병동의 전문가 수 명의 힘을 빌렸다. 거기엔 부모인 우리도 함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아이에게 피를 뽑는 것을 직접 쳐다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빽빽 거리며 힘들어하는 동안 돌아서서 눈물만 닦고 있었을 뿐이다.
한참을 고생하여 피를 뽑아서 검사에 성공해서 검사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혈액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왔다는 점 같다. 황달 수치도 많이 떨어졌고 갑상선의 기능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는 진단이었다. 다만 약 먹는 기간이 줄어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다음 예약을 잡으며 한 꾸러미의 약을 받게 될 처방전을 받았다.
설마 황달의 원인이 갑상선 때문이었을까? 명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는 없었다.
얼마 후 이제는 심장 초음파 검사날이 되었다. 이날은 금식 같은 건 이야기 하지 않아서 마음껏 먹이고 갔다. 덕분에 마음은 편했다. 아이도 외출할 때 여전히 잘 잤고 말이다.
하지만 검사가 시작되자 아이는 무엇이 그렇게 싫은지 울기 시작했다. 울기만 했으면 다행이었겠지만 거기다 소변 대변까지 보면서 아주 싫은 티를 팍팍 냈다. 어쩔 수 없이 비상시에만 쓰려고 챙겨간 분유를 타 먹이면서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는 분유라도 잘 먹어서 참 다행이었다.
검사를 진행하는 무뚝뚝한 의사 선생의 성격과 모니터에 보이는 뭔가 화려한 색상들이 왜인지 불길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역시나 구멍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큰 문제 없이 곧 막힐 것 같다는 소견도 함께 들었다. 이 한마디에 큰 응어리 하나가 내려갔다.
일단은 다행이다. 이제 갑상선 치료에 한동안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심장은 아직 완전한 정상 상태는 아니었기에 100일이 지난 이후에 한번 더 검사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이번 결정의 날들을 마무리 지었다. 험난한 일정이었지만 잘 참아준 아이가 너무나 고맙고 너무나 미안했다. 참 부모로서 아이에게 이렇게 자주 미안해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 했는데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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