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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9. 예방접종 - 연속되는 긴장 공격 -

by healthyrenn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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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적 합리주의를 추구한다. 그래서 안티 백서가 아니다. 당연히 백신의 항체 형성을 믿는다. 뭐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다.

아이는 일정에 맞춰서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아이는 성인에 비해 면역 항체가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순서에 맞게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질변관리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예방 접종 일정표

물론 아이가 주사를 맞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오히려 아주 싫어할 게 뻔하다. 울지라도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리도 없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최악의 울음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쳐다보는 부모에게는 당연히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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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긴장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아마도 산후조리원을 퇴소할 때 아이는 첫 주사를 맞았던 것 같다. 아마도 결핵과 B형 간염 백신이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처음 겪는 예방 접종에 아이와 부모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주사 하나는 특이하게도 주사 바늘이 아니라 안 아프게 맞는 특이한 주사를 고를 수 있었다. 아마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는 바늘이 여러 개 달린 패치로 피부에 구멍을 내고 약을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형식인 것 같았다. 다행히도 아이는 맞는 도중 울지는 않았다. 단지 약이 스며드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렇다며 나머지 주사 하나는 일반 주사였다는 것인데 당연히 맞으면서 울었다. 하지만 신생아의 특수 능력일지는 잘 모르겠는데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엄청 울어댈까 봐 긴장했었는데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앞의 가는 여러 바늘 방식이 좋아 보이긴 하는데,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비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흔적이 좀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흔적이 흉터로 남지는 않았다.

하여간 덕분에 이날의 긴장은 쉽게 풀렸다.

두 번째 긴장

2월 차 즈음에도 예방주사 맞으러 오라길래 갔더니만 이번에는 4종류를 맞아야 한다고 한다. 4개라니, 이건 정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니 이렇게 어린아이가 그렇게 한 번에 많이 맞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4종류 모두가 주사인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중 하나는 경구 투여 약이었다. 이 약은 의사가 직접 먹인다. 먹이기 전에 살짝 설명을 들었는데 약 자체는 달달한 편이지만 아이가 배부른 상태에서는 좀 먹기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마침 배부르게 먹고 온 참이었고...

의사가 약을 먹이려는 순간 혹시나 약을 뱉어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이 약을 아주 신나게 잘 받아먹었다. 헐떡이면서 아주 맛있는 것을 먹는 양 쭙쭙 빨아먹었다. 의사도 신기해할 정도였다. 우리 아기는 매일 아침에 갑상선 약을 먹기 때문에 약을 먹는다는 것 자체에 익숙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첫 긴장은 쉽게 풀렸다.

의사도 신기해한 이 경험 이후로는 불행히도 다시 긴장의 최고조가 온다. 연속 3방의 주사 말이다. 당연하게도 우리 아기는 3방 모두 맞으면서 매번 빽빽 울어댔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부모 입장에서는 손에 땀이 나는 순간이 이어졌다. 아빠지만 비위가 약한 나는 쳐다보지도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손에서 땀 폭포가 쏟아지고 있을 때 어떻게 접종이 끝났다. 이런 일로 이렇게 긴장하다니 어떤 면에서는 좀 부끄럽다.

주사를 맞은 뒤 부작용에 대해 약간의 추가 설명이 있었다. 주사를 맞은 날 밤에 아이에 따라 열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확률은 10% 정도로 낮은 편이기는 하나 누가 해당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해열제를 준비하라고 했다.

열이 나면 아이는 당연히 괴로워할 수밖에 없고 이럴 때 해열제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다만 해열제는 이런 신생아 용도로는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일러도 6개월 이후에나 먹일 수 있는 약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의사는 이런 영유아용 해열제를 사서 조금만 먹이는 방법을 쓰라고 했다. 1회 투여량은 대략 2cc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 양은 얼핏 생각하면 얼마 정도인지 모를 수도 있는데, 약국에서 아기 약 먹일 때 쓰는 약병 작은걸 달라고 해보자. 한 개 정도는 그냥 줄 수도 있다. 이 약병에 cc 단위 눈금이 있다. 아니면 육아용품점에서 아기 약 먹이기 스포이드도 구입할 수 있다.

그날 밤은 주사를 안 맞는대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우리의 아이는 아무 부작용 없이 잘 넘어갔다. 밤에 잠을 안 자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우 고마운 하루였다. 그리고 해열제는 지금도 뚜껑이 열리지 않고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이것도 참 다행인 일이긴 하다.

긴장은 더더욱 하게 되겠지?

이날도 겉싸개에 쌓인 아이는 여전히 잘 잤다. 참 신기하다. 어쨌든 덕분에 덜 힘들었고 긴장도 빨리 풀어졌던 것 같다.

이제 다음 예방 접종일은 4개월차 때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겠지? 아마도 아이는 커가면서 더더욱 주사를 싫어하게 될 테니까.

나는 아이에게 사탕을 먹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영원히는 아니고, 아이가 좀 커서 주사를 아주 싫어할 때까지는 사탕을 먹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주사를 맞고 펑펑 울고 있을 때 첫 사탕을 입에 물려주고 싶다. 그 순간의 표정은 아마도 영원이 기록해 두고 싶을 정도의 표정 변화가 나올 테니까.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그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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