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적 합리주의를 추구한다. 그래서 안티 백서가 아니다. 당연히 백신의 항체 형성을 믿는다. 뭐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다.
아이는 일정에 맞춰서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아이는 성인에 비해 면역 항체가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순서에 맞게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물론 아이가 주사를 맞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오히려 아주 싫어할 게 뻔하다. 울지라도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리도 없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최악의 울음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쳐다보는 부모에게는 당연히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 다가온다.
첫 긴장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아마도 산후조리원을 퇴소할 때 아이는 첫 주사를 맞았던 것 같다. 아마도 결핵과 B형 간염 백신이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처음 겪는 예방 접종에 아이와 부모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주사 하나는 특이하게도 주사 바늘이 아니라 안 아프게 맞는 특이한 주사를 고를 수 있었다. 아마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는 바늘이 여러 개 달린 패치로 피부에 구멍을 내고 약을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형식인 것 같았다. 다행히도 아이는 맞는 도중 울지는 않았다. 단지 약이 스며드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렇다며 나머지 주사 하나는 일반 주사였다는 것인데 당연히 맞으면서 울었다. 하지만 신생아의 특수 능력일지는 잘 모르겠는데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엄청 울어댈까 봐 긴장했었는데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앞의 가는 여러 바늘 방식이 좋아 보이긴 하는데,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비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흔적이 좀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흔적이 흉터로 남지는 않았다.
하여간 덕분에 이날의 긴장은 쉽게 풀렸다.
두 번째 긴장
2월 차 즈음에도 예방주사 맞으러 오라길래 갔더니만 이번에는 4종류를 맞아야 한다고 한다. 4개라니, 이건 정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니 이렇게 어린아이가 그렇게 한 번에 많이 맞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4종류 모두가 주사인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중 하나는 경구 투여 약이었다. 이 약은 의사가 직접 먹인다. 먹이기 전에 살짝 설명을 들었는데 약 자체는 달달한 편이지만 아이가 배부른 상태에서는 좀 먹기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마침 배부르게 먹고 온 참이었고...
의사가 약을 먹이려는 순간 혹시나 약을 뱉어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이 약을 아주 신나게 잘 받아먹었다. 헐떡이면서 아주 맛있는 것을 먹는 양 쭙쭙 빨아먹었다. 의사도 신기해할 정도였다. 우리 아기는 매일 아침에 갑상선 약을 먹기 때문에 약을 먹는다는 것 자체에 익숙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첫 긴장은 쉽게 풀렸다.
의사도 신기해한 이 경험 이후로는 불행히도 다시 긴장의 최고조가 온다. 연속 3방의 주사 말이다. 당연하게도 우리 아기는 3방 모두 맞으면서 매번 빽빽 울어댔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부모 입장에서는 손에 땀이 나는 순간이 이어졌다. 아빠지만 비위가 약한 나는 쳐다보지도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손에서 땀 폭포가 쏟아지고 있을 때 어떻게 접종이 끝났다. 이런 일로 이렇게 긴장하다니 어떤 면에서는 좀 부끄럽다.
주사를 맞은 뒤 부작용에 대해 약간의 추가 설명이 있었다. 주사를 맞은 날 밤에 아이에 따라 열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확률은 10% 정도로 낮은 편이기는 하나 누가 해당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해열제를 준비하라고 했다.
열이 나면 아이는 당연히 괴로워할 수밖에 없고 이럴 때 해열제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다만 해열제는 이런 신생아 용도로는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일러도 6개월 이후에나 먹일 수 있는 약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의사는 이런 영유아용 해열제를 사서 조금만 먹이는 방법을 쓰라고 했다. 1회 투여량은 대략 2cc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 양은 얼핏 생각하면 얼마 정도인지 모를 수도 있는데, 약국에서 아기 약 먹일 때 쓰는 약병 작은걸 달라고 해보자. 한 개 정도는 그냥 줄 수도 있다. 이 약병에 cc 단위 눈금이 있다. 아니면 육아용품점에서 아기 약 먹이기 스포이드도 구입할 수 있다.
그날 밤은 주사를 안 맞는대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우리의 아이는 아무 부작용 없이 잘 넘어갔다. 밤에 잠을 안 자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우 고마운 하루였다. 그리고 해열제는 지금도 뚜껑이 열리지 않고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이것도 참 다행인 일이긴 하다.
긴장은 더더욱 하게 되겠지?
이날도 겉싸개에 쌓인 아이는 여전히 잘 잤다. 참 신기하다. 어쨌든 덕분에 덜 힘들었고 긴장도 빨리 풀어졌던 것 같다.
이제 다음 예방 접종일은 4개월차 때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겠지? 아마도 아이는 커가면서 더더욱 주사를 싫어하게 될 테니까.
나는 아이에게 사탕을 먹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영원히는 아니고, 아이가 좀 커서 주사를 아주 싫어할 때까지는 사탕을 먹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주사를 맞고 펑펑 울고 있을 때 첫 사탕을 입에 물려주고 싶다. 그 순간의 표정은 아마도 영원이 기록해 두고 싶을 정도의 표정 변화가 나올 테니까.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그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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