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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8. 아빠가 안는 것이 그렇게 싫어? ㅠㅠ

by healthyrenn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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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약 나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떤 느낌일까.

신생아 시기에 우리의 아이는 아무에게나 잘 안겼다. 특히 모자동실 시간에 엄마가 모유 수유를 하면 아빠인 내가 트림을 시키기 위해 안고 토닥거리는 것이 일과였다. 이때 아이는 자든 안 자든 항상 나에게 꼭 붙어서 모든 것을 내맡기듯이 안겼었다. 당연히 매우 귀여웠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지 약 50일 근처부터 제목과 같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이 발생했다.

참고 사진이지만 우리 아이는 이렇게 안으면 뭐 어쨌든 운다

내가 아이를 안으면 잠깐은 괜찮았다. 그런데 몇 초 후 갑자기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듯한 행동을 한다. 팔로 내 어깨를 잡고 몸을 얼굴과 최대한 먼 곳으로 옮기려 한다. 허리를 세워서 역시 내 얼굴과 멀어지려는 듯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다리를 쫙 펴서 내가 안기 힘들게 한다. 어쩔 때는 온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휘청인다.

그래도 내가 계속 안고 있으면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정리하자면 내가 안으면 운다는 것이다. 그것도 발작을 하면서 온 몸을 버둥거리면서 운다. 이 정도면 사실상 안아주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다. 다급하게 엄마에게 아이를 넘겨줄 수밖에 없을 정도다.

이날부터 아이를 재우는 것은 엄마의 고유 역할이 되어버렸다. 슬프게도 내가 재워줄 방법이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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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도대체 왜 내가 안는 것을 싫어했을까?

처음에는 배가 고파서 엄마를 찾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 추측도 깨졌다. 실컷 먹이고 나서 트림을 시키기 위해 안을 때도 이런 반응이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내가 안는 것이 불편한걸까? 다양한 것들을 시험해 봤다. 수염을 깎아도 봤고 엉덩이를 받치는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아예 안는 자세를 다양하게 시도해 보기도 했다. 하지면 별 소용은 없었다.

혹시 내가 어쩌다 침대에서 같이 잘 기회가 있을 때 잠결에 때리기라도 했을까? 불행히도 이건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자세든 어떤 상황이든 아내가 안으면 아이는 모든 것을 맡기는 듯이 포근하게 안겼다.

결국 날 싫어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날 무서워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아마도 이때 이런 이유로 육아에 잠깐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히도 70일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아이의 이런 성향은 전혀 바뀌질 않았다.

하지만 이쯤 되니 뭔가 해탈(?)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이가 날 싫어한다거나 무서워하는 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지만 않으면 아이는 나를 그다지 멀리 하지는 않았다. 내가 옆에서 춤이라도 춰주면 아이는 오히려 방긋 웃어줬다. 아 젠장 귀엽잖아!

성급할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을 내자.

아이는 엄마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엄마에게는 젖이라는 큰 무기가 있다. 젖을 물리는 것만으로 아이와 엄마는 무한으로 살을 맞대고 서로를 장시간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아빠는 엄마보다는 아이와 깊은 유대감을 가질 계기가 적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큰 애착을 느끼고 엄마에게 매달리게 된다. 아마도 아이에게는 본능적인 것 같다.

이런 일로 부부 사이에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할 일이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순리라고 생각하자. 대부분의 대한민국 아빠들은 일과 시간을 집 바깥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으니까. 아니 하루 종일 집에 아빠와 같이 있는 우리 아이도 엄마를 편애하는데 뭐 어떻게 할까. 영유아 시기에 아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떻게든 해보기

어쨌든 아이 안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 같다.

시행착오 끝에 아이를 오래 안을 수 있는 방법은 알아냈다. 그것은 아이의 시야에 엄마가 보이는 위치에서 안고 있으면 덜 싫어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주 오래 안고 있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이와 유대감을 쌓을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에 약간 기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아마도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안겨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아이마다 다를 수는 있으니 남의 사례와 비교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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