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흔히 기적을 바라며 기다리는 100일. 과연 100일이 되었을 때 우리의 아이는 어땠을까? 정말로 기적은 일어났을까? 100일의 기적(?)들을 매우 주관적으로 정리해보자.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키와 몸무게 아닐까. 눈에 띄게 몸이 커져서 이제 신생아기의 그 앙증맞은 모습이 전혀 떠오르질 않는다. 몸무게도 무거워져서 거의 두 배 가까이 나간다. 하지만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그저 안고 있는 것이 빨리 힘들어질 뿐이었다.
몸이 커가는 만큼 힘도 세지고 있다. 특히 다리 힘이 제법 세졌다. 옛날 아내의 뱃속에서 갈비뼈를 걷어차던 그 발차기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어찌나 힘이 센지 잘못 안고 있다가 아이가 발차기를 하면 아이가 발사(?)될 것 같은 느낌이다. 목욕할 때 발차기를 하며 불편함을 표현하는데 이때도 참 긴장되는 순간이다.
몸이 커진 만큼 대소변의 양도 늘어났다. 어느 날은 호박죽을 싸기도 하고 어느 날은 5연 방귀 겸 대변을 보기도 하고 다양하다. 거기다 냄새도 점점 농축되어 간다. 대신 소변 정도는 잘 참아서 부모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소변을 봤는지 모를 때가 많다. 다행히도 아직은 사람 똥은 아닌(?) 것 같다.
목도 잘 가눈다. 이제 안을 때 목을 받칠 필요가 없다. 물론 위험을 모르고 마음껏 허리를 돌리기 때문에 허리는 여전히 받쳐야 된다. 어떤 면에서 안고 있는 것이 더더욱 위태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뒤집기를 시도한다. 어쩔 때는 혼자서 뒤집기도 한다. 그리고 목을 쳐들고 한참을 끙끙거리다 결국 도와달라는 듯이 울음을 터뜨린다. 아직은 돌아오지 못해서 도와줘야 하지만 신생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변화를 느끼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옛날에는 우연히 "아빠" 비슷한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엄마" 비슷한 소리를 더 자주 낸다. 특히 울 때 "엄마" 비슷한 발음을 자주 한다. 이미 이때부터 울 때는 엄마를 찾는구나. 뭐 이것만 보면 귀여워 보이지만, 초고주파 돌고래 발성도 익혀서 어쩔 때는 너무 시끄럽울 지경이다.
듬성듬성하던 배냇머리 사이로 많은 머리카락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초반에 아내가 하던 "우리 아이 머리 탈모 아니야?" 하던 걱정은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머리가 점점 빠지기 시작하기도 하고 있고 말이다. 아내는 털갈이 중이라고 표현하더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시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이제 움직이는 물체도 잘 따라간다. 덕분인지 TV 보기를 점점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를 앉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으면 아이도 한참 같이 쳐다본다. 제대로 보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모들이 식당에서 식사할 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이 이제는 이해가 잘 된다. 한 순간의 평화가 부모에게 잠깐의 꿀맛 같은 여유를 준다.
젖을 먹는 도중에도 딴짓을 할 때가 있다. 젖을 빨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서 TV를 본다거나 혹은 엄마 가슴을 가지고 논다거나 말이다. 예전에는 젖을 빨다가 자는 게 일이었는데 점점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입에 닿는 곳 모든 곳을 핥고 빨고 침을 발사한다. 거기다 자기 손으로 잡아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도 터득해서 내 손을 항상 빨려고 한다. 혀놀림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내 손은 침독이 올라서 멀쩡할 때가 없는 것 같다.
배앓이는 거의 사라졌다.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할 때도 있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그리고 배를 마사지해주면 예전처럼 울지도 않고 똥 싸려고 힘을 같이 써줄 때도 있다. 물론 그만큼 응아의 양도 많아졌고 냄새도 고약해졌다. 아직 사람 똥(?)이 아니라는 것에서 아주 감사한다.
이제 우는 것을 연기할 때도 있는 것 같다. 눈물도 안 흘리는 데다, 울다가 안으면 바로 울음을 그칠 때가 종종 있다. 벌써부터 똥고집 피우는 아이가 가짜로 우는 미래의 모습이 상상된다.
통잠 기록은 70일 근처의 11시간을 깬 적이 아직은 없다. 잘 자면 8시간 정도인데 못 자면 밤에 재워도 1시간 만에 깨어나 엄마 아빠 다크를 잡아당기며 논다.
그리고 잠에서 깨도 바로 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예 중간에 울면서 깨는 경우가 아니면 손을 빨거나 혼자서 버둥거리며 잠깐 시간을 때운다. 그리고 부모가 다가오면 활짝 웃으며 팔을 벌린다. 안 안을 수가 없다.
고집이 세졌다. 원하는 대로 안 해주면 끙끙거리며 짜증을 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빽빽거리며 역정을 낸다. 어떻게든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지 않으면 피곤한(?)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론: 그냥 많이 큰 것 같다.
아직 첫 돌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커도 되는 건가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결정적으로 백일의 기적은 그다지 기대하지 말자. 여전히 안 잘 때는 안 잔다. 어려움이 하나 사라지면 다른 어려움이 등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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