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구멍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폐가 이상하면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처럼 피가 이상하게 돌아서 뭐... 음... 어지럽나? 물론 뭐든 결코 좋은 결과는 아닐 거다.
우리 아이는 갑상선 약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된 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갑상선의 문제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어이없게도 심장의 잡음이라는 문제였다. 심장의 판막과 벽에서 피가 새기 때문에 잡음이 들리는 것이었다. 물론 이미 이전에 글로 남겼었던 내용이다. 당시 첫 진료에는 너무 어려서 심장 구멍이 덜 닫혔을 수도 있으니 100일이 지난 후에 다시 확인해보자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100일이 지났다
병원 예약일 아침이 다가왔다.
병원에 가야 하는 아침은 늘 어떤 일 하나로 고민이 깊어진다. 바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가느냐 그냥 가느냐다. 특히 아이가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면 더더욱 깊어지는 고민이다. 자는 상태로 데려가는 것은 편하지만, 도착해서 배고파서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진료 예약을 잡아 놓은 상태에서는 수유실을 쓰는 것도 신중해야 할 일이니까 말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억지로 깨워서 먹이고 가는 선택을 했었던 것 같다. 이 선택의 배경에는 어차피 데리고 나가면 자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불행히도 100일이 지난 아이는 많이 거대해졌고 무거워졌다. 이제 겉싸개에 싸서 손으로 들고나가는 짓은 무모할 뿐이다. 대신 앞쪽으로 메는 아기띠를 동원하기로 했는데 이날 처음 실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불행히도 아이는 아기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와 가슴을 맞대고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한 답답함이 너무나 싫었던 모양이다. 거기다 당시는 굉장히 추웠던 날이었다. 아이는 두꺼운 옷을 입었고 여기에다 겉에는 바람막이를 하나 더 걸쳤다.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도 아이는 계속 칭얼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가 움직일 때는 가만히 밖을 구경하며 조용해졌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신호가 걸릴 때마다 아이가 칭얼거리니 조마조마해졌다.
다행히도 큰 난관은 없이 병원에 도착했다. 심장 초음파는 이번이 두 번째 검사이기 때문에 익숙하게 접수를 하고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밖이 추운 것과 대조적으로 병원 안은 너무 더웠다. 아이를 계속 아기띠 안에 메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꺼내 안고서 대기했다. 병원 특성상 주변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순식간에 인기인(?)이 되었다. 뭐.... 이런 어린 아기를 병원에서 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어두컴컴한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가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물론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유쾌할리는 없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뭔가 준비를 많이 해 갔다. 아이가 분유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젖병은 준비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장난감이나 비닐봉지 같은 것들을 준비했다. 왜냐하면 아이는 분명 초음파 검사를 싫어할 테니 말이다.
정말 아이는 싫어했다. 검사를 하기 위해 옷을 풀어헤칠 때 벌써부터 울기 시작했다. 가슴에 검사용 젤을 바르는 도중에는 울음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검사기를 대는 순간 절정으로 치달았다.
우리 부부는 준비한 온갖 장난감 등등을 이용해 아이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늘 듣던 소리라서 그런지 아니면 갑자기 소리가 들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고가 조금씩 먹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정도 자극으로는 아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만족이 아니라 당연히 검사 중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자극의 강도를 세게 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동원하고 장난감은 더 세고 정신없이 흔들고 비볐다. 아마도 검사하던 의사에게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 내 생에 이렇게 재롱(?)을 떨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이 흘렀다. 15분 정도였던 짧지만 부모에겐 영겁의 시간이었던 동안 우리는 아이에게 현실을 잊게 만들기 위해 진이 빠지게 노력했고 결국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결과는
그다지 기쁜 소식을 받지는 못 했다. 검사 결과 아직 구멍은 남아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 지난번 검사에 비해서 약간 작아지긴 했다는 말이 희망을 주었다. 불행 중 다행인가 아니면 그냥 다행인가?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소아과 담당의가 청진기로 가슴의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전과 비교해서 많이 좋아졌다는 소견을 들려줬다. 아마도 심장이 점점 제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더더욱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검사가 이걸로 끝이 나지는 않을 건가 보다. 첫 돌이 지난 후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다. 물론 아이가 검사를 좋아할 리가 없으니 안타까운 것이지만 말이다. 그때는 나이를 먹었으니 더 잘 견딜 수 있을까? 글쎄다. 그래도 불행한 소식은 없었던 것 같으니 다 좋게 끝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집에 가는 도중 잠에 빠져서 갈 때와는 다르게 매우 조용했었다. 나름 만족스러운 귀갓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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