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새끼든 아기든 어릴 때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다 귀엽다. 다만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아기가 그렇게 귀엽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내 자식이 태어나니 과거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우리 아기는 뭐 그냥 무조건 다 귀엽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 아기의 많은 면에서 동물의 귀여움과 비슷한 면을 종종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귀여우면 만사 오케이인가? 그러니까.... 귀엽다고는 적었지만 사실 고통스러움을 전달해야 할 것 같다. 하하....
얼굴에서 멀어지려는 아이
한 때는 아이를 안으면 아이는 매우 높은 확률로 울었다. 심하면 발악을 하며 자지러지는 수준이었다. 그때 생긴 습관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내 얼굴을 멀리하려는 듯했다. 허리를 세우고 목을 뒤로 뻗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멀어지려는 자세를 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삐딱해지고 비스듬하게 안기게 된다. 당연히 불안정하고 불편해 보이고 안고 있는 나도 힘들고 불편하다.
100일이 지나고 이제는 우는 것은 덜해졌다. 최소한 낮에는 잘 안겨 있는다. 하지만 안으면 삐딱해지고 삐뚤어지는 것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팔을 내 가슴에 대고 최대한 밀어서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것은 여전할 뿐이다. 그러다 힘이 빠지면 잠시 내 몸에 달라붙다가 수염에 얼굴을 비비곤 울 때도 있다.
우리 아기의 이런 행동에서 간혹 집사의 손길을 피하는 고양이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기의 상징(?) 손빨기
50일이 되기 전 신생아 때는 손을 빤다는 것을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 아이는 팔도 제대로 못 가누는 연약한 아이였다. 손을 입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50일이 넘어가고 나서는 아이의 귀여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게 되었다. 바로 손을 빨게 된 것이다.
첫 손빨기의 모습은 새끼 고양이가 손을 빠는 모습이 떠올랐다. 손싸개에 쌓인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쭙쭙 빨았다. 이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녹아내렸다. 너무나 귀여웠다.
다만 손싸개나 옷을 그냥 빠는 것이 과연 위생적으로 괜찮은 일인지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00일이 넘어가면서 아이의 손빨기는 점점 다채로워졌다. 손가락 하나만 빨 때도 있고 주먹을 통째로 입에 넣으려 할 때도 있다.
즉 손빨기는 귀엽다. 손을 빨 때 온갖 방언(옹알이)이 튀어나오기도 해서 귀여움이 불어난다.
씹는(?) 아이
이 빨기가 진화하더니 150일이 지나자 이제는 씹기를 시작한다. 입 안에 들어온 것을 잇몸으로 씹는다. 아이를 앞쪽으로 안고 있으면 내 손가락을 손으로 붙잡고 입 안 깊숙이 밀어 넣어 씹기를 시도한다. 앞니...라고 하기엔 이가 아직 없으니 잇몸으로 씹는 것이지만 어쨌든 앞니를 넘어서 어금니 쪽으로 씹는다.
당연히 씹히면 아프다. 질겅질겅 아주 아빠 손을 껌처럼 씹으려고 든다. 하지만 내 손가락을 빼면 자기 손가락을 씹다가 아파서 찡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내 손을 내어줄 때도 있다.
물로 치발기를 여러 종류 구입해서 시도해보고는 있다. 하지만 치발기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결국 또 내 손가락을 미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할퀴는 아이
아이가 손에 힘이 제법 생기고 어느 정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즈음부터 아이의 손은 무섭게 변했다. 아니 생긴 것과 여전히 잘 못 쓰는 모습이 귀엽긴 한데....
문제는 손톱으로 꼬집고 할퀸다는 점이다. 손으로 집는 대상이 무엇인지 얼마나 아픈지 아이가 당연히 생각할 리는 없다. 아이는 봐주는 것 없이 힘차게 손으로 쥐려다 손톱 날을 세운다.
덕분에 아이의 손이 닿는 내 몸 여기저기엔 아이가 할퀸 상처 투성이다. 정말이지 손톱 세우는 고양이 같다.
그리고 상처투성이 아빠
손에 침독이 잔뜩 올랐다. 아이는 내 손이 입 근처에만 있으면 침을 흘리고, 그리고 손가락을 씹어대면서도 침을 왕창 흘린다. 이러니 침독이 오를 수밖에 없다.
아예 염증이 생겨서 부어오르거나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따갑고 심하게 간지러울 때도 있다. 급하게 찬 물로 씻어도 별 효과가 없다.
아마로 아이가 할퀸 상처에 침이 들어가면 더 심하게 독이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할퀸 상처야 손에만 있는 건 아닌데 유독 손에만 이러는 거 보니 침이 정말 무서운 물질 같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참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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