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출 사고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한동안 언론에 등장했었다.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유출되었다는 것이 논쟁이 된 적도 있었는데 이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어느 정도의 유해성 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에 관한 조사를 하는 겸 간단한 상식 수준으로 자연 방사성 물질과 관련된 정보를 좀 모아봤다. 물론 모든 것을 정리하고는 싶지만 찾을 수 있는 정보로만 한정해서 정리했다.
방사성 물질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보통 이야기하는 방사성 물질은 방사성 동위 원소를 의미한다. 굉장히 불안정한 특성으로 인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면서 좀 더 안정적인 물질로 바뀌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선을 방출한다. 그리고 이렇게 방사성 붕괴를 통해 각종 방사선이나 아원자 입자를 방출하는 물질을 방사성 핵종으로 뭉쳐서 부른다.
방사선은 물질을 투과할 수 있는 고에너지 전자파 혹은 입자선이다. 투과 정도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선 세 종류로 구분된다. 실린 에너지도 차례대로 감마선이 가장 강력하다.
방사선이 위험한 이유는 직접 세포를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DNA 구조를 파괴시키거나 변경시켜서 돌연변이나 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라 불리는 기준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방사성 물질이 방사성 붕괴를 끝내고 안정적인 물질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름에서 보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 정도라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능력이 절반 정도 사라지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바뀌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이외에 생물학적 반감기라는 용어도 있다. 생물학적 반감기는 해당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올 경우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표현하는 용어다.
정리하자면 방사성 물질은 생명체에겐 굉장히 위험한 물질로 볼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
지구 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방사성 물질은 지구가 생성될 때 이미 존재했거나 혹은 지구가 생성될 때 압력이나 고열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로 볼 수 있다. 이 중 유명한 것이 바로 우라늄이나 토륨이다. 따라서 이런 물질은 주로 토양이나 암석 등에 남아있다.
우라늄은 반감기가 45억 년으로 사실상 거의 무한으로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이다. 상당히 길어 보이는데 토륨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륨의 반감기는 140억 년 이상으로 사실상 우주와 동년배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우라늄이나 토륨처럼 원래부터 지구에 존재하던 방사성 물질이 있는 반면, 이로 인해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라돈(Rn)으로, 우라늄이나 토륨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다. 좀 더 깊게 보면 우라늄(U-238)이나 토륨(Th-232)이 붕괴되어 라듐(Ra-226)이 되고 라듐이 붕괴돼서 라돈(Rn-222)이 된다. 이후 지속적인 붕괴로 플로늄(Po-218)이 되고 최종적으로 납(Pb-206)이 된다. 참고로 라듐은 반감기가 1600년 정도로 길면서 방사선도 강해서 위험한 물질이지만 암석 형태이기 때문에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리고 플로늄의 반감기는 3분으로 짧아서 존재를 관측하는 것이 어렵다.
여기서 라돈은 기체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즉 사람이 폐로 흡입하기 쉬운 물질이다. 다행히도 반감기가 3.82일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라 적은 양은 흡입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체이기 때문에 환기로 쉽게 제거할 수도 있다.
라돈은 생각보다 쉽게 접촉할 수 있는데 일반 토양 특히 희토류 등에서 자주 발견이 된다. 물에 잘 녹는 특성상 지하수에서도 검출될 수 있고, 석고보드 등 특정 건축 재료에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전 라돈 침대 사건이 큰 사회 문제가 되었던 것도 희토류에 포함된 라돈을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내부 피폭이 과해질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기타 우라늄이나 토륨이 포함된 토양 주변에 지하수가 흐를 수도 있기 때문에 지하수에서도 우라늄 등이 검출될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라돈도 지하수에 녹아 있을 수 있다.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리하자면 지구 상에서는 우라늄이나 토륨, 라듐, 라돈 등등의 다양한 자연 방사성 물질을 발견할 수 있다.
지구 바깥에서 오는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
우주는 방사성 물질이 널려있고 핵융합도 상시로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방사선도 많이 날아온다. 이런 우주 방사선은 대체로 초신성 폭발 등의 강력한 폭발에 의해 발생하며 그 외에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태양의 흑점 활동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우주방사선은 대부분 지구의 자기장과 대기 성분을 통해 걸러지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저고도까지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지구 자기장을 타고 극지방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극지방에서 높게 검출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고고도를 장시간 이동할 때도 이 우주방사선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고고도에서 우주방사선이 대기 물질과 결합하여 삼중수소 등의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 정도로 헬륨-3로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이다. 다만 삼중수소는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양은 적은 편이며 보통은 핵 발전소의 핵분열 과정에서 많이 검출된다.
특수한 케이스로 우주 감마선 폭발이 있을 수 있다. 먼 은하의 큰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로 변할 때 혹은 중성자별끼리 부딪혀서 폭발이 일어나는 등 상상하기 힘든 폭발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가 감마선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 감마선 폭발은 넓게 퍼지는 것이 아닌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날아가기 때문에 지구에 여향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만약 이 감마선 폭발에 지구가 사거리 이내에서 직격 될 경우 지구 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몰살될 정도로 이 감마선에는 파괴적인 에너지가 실려있다고 한다. 과거 공룡 멸종의 원인이 감마선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다.
정리하자면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있고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지만 대체로 미미한 수준이며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선 거의 관측되지 않는다.
음식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
이제는 익히 알려져 있어서 딱히 놀라운 사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물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적게나마 함유되어 있다는 점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나나다. 바나나에는 칼륨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칼륨40(K-40)이 포함되어 있고 극미량의 라듐이나 라돈도 들어있다. 아마도 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지하수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경우 이를 흡수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확실치는 않다. 물론 매우 극미량이라 걱정할 수준은 안 된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인간이 먹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양을 섭취할 경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내부 피폭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바나나는 대표적인 경우일 뿐이고 사실상 모든 음식물이 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바나나에서 언급된 K-40은 다양한 음식에서 발견된다. K-40은 칼륨의 방사성 동위원소이고 칼륨은 필수 영양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물론 방사선이 문제지만 극미량이기 때문에 지구 상의 생명체들이 살아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특수한 경우로 핵발전소 사고지 주변의 토양에서 재배된 음식물의 경우는 온갖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많이 검출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핵분열로 인해 발생하는 물질
지구에서 인간이 가장 경계해야 할 방사선 방출 행위는 바로 핵분열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핵폭탄 같은 무기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핵발전소(혹은 원자력발전소)를 대표로 꼽을 수 있다.
핵발전소에서는 우라늄이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물을 끓이고 이 물의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우라늄의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 과정에서 온도 조절 또한 중요한 요소다. 이 온도 조절에는 냉각수 용도의 물이 사용된다.
핵 연료봉을 쓰고 남으면 핵 폐기물로 취급하는데 이 폐기물은 플루토늄 등 여러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방사성 폐기물은 여전히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이다. 다만 이 물질은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도 있어서 한국에서는 재사용이 금지당하고 폐기물로 처리할 뿐이다.
핵연료봉의 온도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고열로 발전소 벽을 녹여버릴 수 있는 이를 노심융해 혹은 멜트다운(Melt Down)이라 부른다. 보통 핵발전소가 터졌다고 하면 이 경우이며 핵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 스트론튬 등의 감마 핵종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즉 핵 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사고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 발전소가 폭발한 것도 이 경우로 주변 수십 킬로미터 반경에 방사성 물질이 퍼졌다. 그리고 방사성 붕괴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발전소에서 사용된 냉각수에서도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중 유명한 것이 바로 언급된 삼중수소(T)다.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써 반감기가 12.3년이며 붕괴 후 헬륨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헬륨-3(H-3)로 붕괴된다. 짧은 반감기 덕에 그다지 위험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로 취급되지만, 이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주변 핵 발전소에서 뭔가가 누출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삼중수소가 자연적으로 관측되는 경우는 고고도에서 극미량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핵발전소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질과 물건은 사용이 완료되면 모두 핵 폐기물로 취급한다. 핵 폐기물은 여전히 방사선을 내뿜고 있는 데다 반감기가 아주 긴 방사성 물질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하 깊숙한 곳에 영구적으로 파묻는 것 외에는 처리하는 대안이 없어서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핵분열 발전 과정에서는 수많은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며 삼중수소도 다량 생성되며 이들은 인위적으로 생성된 방사성 물질이 대부분이라는 특징이 있다.
결론
삼중수소가 자연적으로 생성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우주가 만든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일반적인 공간에서 삼중수소는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방사성 물질로 볼 수 있다. 만약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면 이는 핵 발전소의 사고로 인해 방사성 폐기물이나 냉각수가 누출된 증거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환경이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알려주며 또한 미래에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삼중 수소 검출을 정치적 혹은 경제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에는 대충이라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전 기준에는 과도할 정도로 까다로운 규제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방사선 수치에 대해서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보통 방사선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시버트(Sv) 단위를 이용해 객관적 수치 표기하는데 이 수치는 대부분 산업 기준이다. 즉 사람에게 완전히 안전한 기준을 정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지속적으로 피폭을 당하게 되면 안전한 생명체는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미약한 수치라 할지라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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