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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45

21. 배앓이 - 만만치 않은 육아의 적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만만치 않은 적수를 여럿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그 적수 중 배앓이라는 골칫덩어리 이야기를 해보자. 출산 이후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어느 날 밤 아이가 젖을 잘 먹는 것 같다가 갑자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온몸을 바둥바둥 안절부절못하며 젖을 물었다 울었다를 계속 반복했다. 이런 아기의 불안정한 반응에 당연히 초보 부모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우선은 어디 불편한 것이 있나 싶어 아이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하지만 그다지 불편해 보이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열이 나는지 체온을 재봐도 별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온도나 습도가 잘못되었나 싶어서 에어컨을 추가로 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우리 정보력의 부재에 한탄하며.. 2020. 11. 21.
20. 이것이 육아의 테크놀로지! 세상은 점점 발전한다. 휴대폰이 등장한 지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모두의 기본 장치다. 육아 용품도 당연히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거두었음이 당연하다. 참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새삼스러운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하고 융합되는 것이야 말로 현대 사회의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가장 놀랐던 것은 기저귀의 소변 인디케이터다. 사실 이름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아이가 기저귀에 소변을 누면 그 위치의 바깥면쪽에 특정한 무늬가 나타난다. 따라서 냄새를 맡아보거나 기저귀를 벗겨내지 않고도 눈으로 한눈에 아이가 소변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 정말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다. 아기는 면역 체계가 약하기에 아기용 물품들은 온통 소독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가 .. 2020. 11. 14.
19. 귀여워서 무서운 것 아이가 생후 4주 정도 되었을까. 집으로 돌아와서 아기와 함께 사는 것도 약간은 익숙해졌을 시점이다. 이제는 산후조리원의 일상을 집에서도 느끼고 있는 지경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상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여러가지가 보인다. 특히 전에는 모르던 것에서 행복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아기는 귀엽다. 이건 뭔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사람의 유전자에는 아기가 귀엽게 느끼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귀여움을 느끼는 것에서 창조주를 향한 뭔가의 감정이 생겨야 하는 걸까? 뭐 그렇게까지 이상한 생각은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귀여움을 느끼는 것은 행복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창조주에게 감사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귀엽다고 무작정 다 좋은 것은 아.. 2020. 11. 13.
18.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니까 산후조리원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다가 결국 아이와 함께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한 우리 부부였다. 시간이 흘러 결국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왔다. 아이의 나이는 이제 어느 정도일까. 대략 3주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조리원을 나서면서 맡는 공기는 병원을 나설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제 날씨는 습하지 않았다. 대신 뜨거울 뿐이었다. 병원을 잠깐 들러 아이 예방접종을 하고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한 뒤 집으로 왔는데 그래도 아직 덥다고 생각해야 할 날씨다. 집은 미리 청소를 해놔서인지 아니면 습도가 낮아져서인지 모르겠지만 쾌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닐 거다. 회사 인력 채용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거야 어느 정도.. 2020. 11. 8.
17. 그곳이 산후조리원이다 산후조리원에 들어오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음 날이면 이곳을 나가게 된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밤, 병원에서도 그랬듯이 또 호텔을 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짐을 쌌다. 정말 캐리어에 짐을 몰아넣으면 그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병원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젠 걱정이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곳을 나가고 나면 이제 우리의 힘 만으로 지내야 한다. 아이와 엄마와 아빠 단 셋이서 말이다. 문제가 생기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 결국 2주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알아가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거기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최근 아이의 밤낮이 바뀌어있는 상태였다. 낮에 자고 밤에 깨서 칭얼거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우리도 밤낮이 바뀐 아이에게 맞춰서 살아야 하는 큰 난관이 기.. 2020. 11. 7.
16. 육아종 난입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는 역방향 감옥(?)이 되어버린 산후조리원에서 여전히 생활하는 도중이다. 나와 아내는 우리 아이의 특성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기 위해 쉬는 것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거기에 투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배꼽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염증이 생긴 모양이다. 육아종이라 부르는 이 염증은 몸의 면역 반응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탯줄은 엄마의 조직인데 이게 빨리 안 떨어지면 아이의 몸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배꼽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는 말이다. 배꼽 육아종은 보통 탯줄이 너무 늦게 떨어지거나 혹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조직 일부가 배꼽에 남을 경우 주로 발생한다. 다행히도 배꼽은 며칠 안 가서 떨어졌다. 하지만 육아종은 .. 2020. 11. 7.
15. 감옥(?)에서의 일상 전염병은 많은 것을 바꿨다.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를 옷처럼 입고 다녔다. 물론 한참 된 이야기다.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보건소의 지침이라며 산후조리원은 이제 산모를 제외한 모든 보호자는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아이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음에 나는 아이의 엄마와 함께 2주간을 그대로 숙식하기로 결정한다. 즉 스스로 감옥에 갇힌 셈이 되었다. 아이 엄마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 하지만 뭐... 넘어가자. 하여간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이곳 밥은 (그래도 미역국 투성이지만) 아빠 용으로도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모자동실 시간만 기다리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오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도 어느 평온한 날의 모자동실 시간이.. 2020. 11. 1.
14. 산후조리원 돌입 퀘스트 산부인과에서의 마지막 날. 호텔의 마지막 밤에 짐을 싸는 것처럼 설레며 짐을 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는 것처럼 놀라운 비용...을 지불하고 병원을 나섰다. 역시 바깥 공기는 상쾌하다. 물론 병원에서 탈출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었다. 한여름의 끝무렵이라 그래도 더운 날씨였는데 말이다. 물론 이것 뿐만은 아니다. 손에는 뭔가 따뜻하고 꼬물거리는 이불 뭉치가 들려있었다. 겉싸개에 쌓인 우리의 아이였다. 꼬물꼬물거릴 때마다 아빠를 아주 녹인다. 이대로 한참 안고 있고 싶었다. 불행히도 바로 근처의 산후조리원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바람은 금방 깨졌다.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아이부터 들어주는 것은... 배려였겠지만 뺏기는 느낌도 들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 뭐 어쨌든 가.. 2020. 10. 31.
13. 첫 만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대충 30분이 지났을 무렵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OO님! OO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다급히 쳐다봤다가 이내 긴장이 가라앉음을 느꼈다. 나를 부른 간호사의 손에는 자그마한 천에 덮인 조그마한 인형 같은 것이 버둥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 드디어... 간호사는 별도의 방으로 나를 불러서 아이와 첫 만남을 가지도록 해 주었다. 아이의 몸 여기저기를 보여주며 상태를 설명해 줬는데 사실 상처 따위 아무래도 관계가 없었던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단지, 이물질을 몸 여기저기에 뒤집어쓰고 온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눈을 감고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을 뿐이다. 상처가 조금 있지만 나머진 괜찮다는 말에 긴장의 절반이.. 2020. 10. 25.
12. 프롤로그의 마지막, 출산 임신 40주 차가 되던 날, 아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그 진통은 당연히 겪어보지 못했다. 임신 때 늘 그래 왔듯이 배가 조금씩 당기는 느낌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아프다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저 아이가 걷어찬 갈비뼈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을 종종 들어줬을 뿐이다. 그런데 예정일을 이틀 넘긴 새벽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이었다. 아내가 갑자기 화장실을 달려갔다가 나오면서 뭔가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패드에 묻은 것을 보니 연두색에 가까운 노란색 액체였다. 일단은 침착하게 뭔가의 분비물이 나오는 것은 아닐지 살펴보자고 했다. 임신 도중 나오는 분비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다. 하지만 그러기엔 좀 묽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다만 양수가 터진 것은 아닐 거.. 2020. 10. 24.
11. 배부르지 않은(?) 배부름의 변화 아내가 성공적으로(?) 임신한 이후 달라진 점은 입덧 말고 뭐가 있을까. 대략 22~23주 차 근처에서 아내의 입덧은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떠맡았던 요리와 설거지는 여전히 내 담당이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해주고 싶어서였다. 임산부의 배에서 아이가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먹여 키워야 하니 잘 먹어야 하는데 이런 모순스러운 디자인이라니 조물주(?)를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분명 이건 걱정스러워해야 할 부분이다. 병원에서도 항상 임산부의 체중과 태아의 크기를 살펴보는 것이 이유는 있을 것이다. 아내는 끝(?)까지 잘 먹지는 못했지만 다행히도 몸무게는 조금씩 늘어갔고 아이도 잘 크고 있었다. 단지 아내가 많이 못 먹어서 짜증을 .. 2020. 10. 18.
10. 입덧의 시련 퀘스트 세 번 시도 끝에 임신 8주 차를 막 넘긴 찰나, 우리 부부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임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련, 바로 입덧이다. TV에서 보던 그 입덧을 생각해보자. 대화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갑자기 "우욱" 하면서 입을 손으로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가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뭐...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과는 좀 다른 양상이라 '아 TV 드라마 시나리오는 역시 상상으로 만들어진 편견이 굳어져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와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입덧의 양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아내의 입덧은 냄새에 특화되었었다. 그러니까... 냄새가 좀 심하다 싶으면 바로 반응이 왔다. 고깃집 옆을 지나가는데 고기 굽는 냄새가 났을 때, 시장에 생선 파는 곳에서 풍기는.. 2020.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