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술자리 혹은 술자리를 유도(?)하는 말로 "술은 살찌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과연 이 말은 사실일까요? 뭐 그랬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겠지만요.
술은 액체고 액체는 물이니 0 칼로리
무슨 헛소리 같은 제목이냐면 정말 헛소리입니다. 당연히 술의 정체는 그냥 물이 아니니깐요.
술의 원재료는 대부분 곡물 아니면 과일입니다. 이 재료를 발효시키는 것이 주조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술의 열량은 결국 원재료의 열량 일부와 원재료 발효의 결과물인 에탄올의 영량을 더해야 맞게 나오겠지요.
에탄올의 열량
에탄올은 1 g 당 7 kcal의 열량을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양은 많을까요 적을까요? 참고로 원재료인 탄수화물의 열량은 1 g 당 4 kcal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3대 영양소 중 가장 효율이 좋기로 알려진 지방의 열량은 1 g 당 9 kcal입니다. 그래도 지방보다는 낮으니 위안이 되시나요?
그런데 에탄올은 지방에 비해 큰 단점(?)이 있습니다. 액체라서 지방처럼 소화가 필요하지 않고 대장에서 손쉽게 그리고 매우 빠르게 거의 대부분 흡수가 됩니다. 반대로 지방은 소화가 필요해서 천천히 흐수되는 데다 다 흡수되지도 않고 일부는 대변으로 배출되지요. 그래서 에탄올의 실질 열량은 지방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술의 열량
사실 열량을 완벽하게 잴 수는 없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여기의 예시는 지역이나 브랜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술의 열량의 일부 예시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보통 맥주 한 잔(200cc)의 열량은 90 ~ 100 kcal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맥주 한 잔(500cc)의 경우는 200 ~ 250 kcal 정도입니다. 뭐 비율로 봐서 대충 비슷하게 잡힌 것 같네요. 그런데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열량일까요? 아마도 햇반 하나 정도의 열량은 될 것입니다. 생맥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뱃속에 햇반 하나씩 집어넣고 있다는 의미겠네요.
소주 한 잔의 열량은 대략 50 ~ 60 kcal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병이면 대량 400 kcal 정도 나올까요? 브랜드에 따라서 600 kcal 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고열량으로 유명한 햄버거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열량이지요.
이 두 술은 한국에서 굉장히 많이 소비되는 데다 에탄올 비율이 달라서 비교하기 좋은 예 같습니다. 소주 한 잔의 양을 대략 50cc 정도로 잡는다면 생맥주 한 잔 정도의 양이면 대략 500 ~ 600 kcal 정도가 나오겠네요. 이 정도면 같은 양으로 볼 때 소주가 맥주보다 2 ~ 3배 높은 수준의 열량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이 됩니다.
도수에 따라서 이렇게 열량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으로 볼 때 에탄올은 단순 액체로 볼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열량은 절대로 아니라는 결론이 또 나오게 됩니다.
설마 그것 뿐인가요?
안타깝게도 술은 술자리를 통해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경우 안주를 같이 먹을 확률이 99.9%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주는 다들 아시죠? 대부분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나 기름기 많은 고열량 음식이 많지요. 치킨도 있고 삼겹살도 있고 곱창도 있고 호프집의 다양한 안주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고열량이라는 거 다들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술은 열량이 높은데 안주의 열량까지 챙겨야 하다니 참 어려운 일이네요.
술을 마시니 간이 신나 해요?!
술은 독성 물질입니다. 간에서 제때 해독해 주지 않으면 신체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지요. 거기다 해독된 에탄올은 지방으로 합성됩니다.
일 잘하는 직원을 혹사시키면 어떻게 되나요?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줘도 결국 골병이 들어서 일을 못 할 것입니다. 간도 똑같지요.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간을 혹사시키게 되고 결국 간이 병들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병이 알콜성 지방간입니다. 간에서 합성된 지방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이게 고장 나서 간에 지방이 계속 쌓이는 병이지요. 이게 심해지면 더욱 망가져서 간경변이 될지도 모릅니다. 간경변은 고장 나는 수준이 아닌 망가진 수준의 병입니다.
결국 술의 열량 걱정 수준이 아니라 목숨 걱정을 해야 할 판이네요.
나는 술 마시고 살 빠졌는데?
술을 여러 신체 반응을 일으킵니다.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이뇨작용이지요. 몸속의 수분을 배출시킨다는 말입니다. 거기다 술을 해독하는데 물이 쓰입니다. 여러모로 몸 안의 수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결과적으로 술 마신 다음 날 살이 빠졌다면 십중팔구는 체내 수분의 배출로 인한 일시적인 체중 감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이어트가 아니지요. 다이어트는 지방 비율을 줄이는 것이니깐요.
술 마시고 살 안 찌기
사실 상식적인 답은 이미 있습니다. 술과 안주를 덜 먹으면 됩니다. 그러기 위한 원칙은 매우 단순합니다.
- 술자리 전 식사
- 물 자주 마시기
- 더 자극적이고 덜 기름진 안주 고르기
정말 당연한 이야기들만 골라놨지요.
사실 더 당연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지요. 그게 현실적으로 안 되니 결국 술은 살이 많이 찔 수 있으니 적당히 마시라는 이야기 밖에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기타 관련된 글들로 이 글은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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